한미반도체가 우주항공용 전자파 차폐(EMI) 장비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키운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장비 중심이던 사업 영역을 우주항공 반도체까지 넓히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3일 한미반도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EMI 장비의 적용 분야로 우주항공을 새롭게 제시했다. 지난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는 스마트폰과 전기차, 저궤도 위성통신(LEO),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을 적용처로 언급했지만 우주항공은 제외됐다. 한미반도체 측은 "향후 세계 기술 발전은 인공지능(AI), 우주탐사용 로켓, 저궤도 위성통신 등이 주도할 것"이라며 "시장 수요와 성장에 따라 EMI 장비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EMI 차폐는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주변 부품의 오작동을 일으키지 않도록 막는 기술이다. 발사 이후 수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우주항공과 위성통신, 방산 분야에서는 시스템 신뢰성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으로 꼽힌다. 한미반도체는 2016년 관련 장비를 처음 선보인 이후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2023년부터는 글로벌 우주항공 기업에 3년 연속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정밀도와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차세대 장비 'EMI 쉴드 2.0X' 시리즈도 출시했다.
시장 확대도 사업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항공우주 반도체 시장 규모는 91억달러(13조3715억원)로 평가됐다. 이 시장은 올해 98억달러(14조4001억원)에서 2035년 203억달러(29조8329억원)로 연평균 8.4% 성장할 전망이다. AI 위성과 우주탐사, 방산 분야의 수요 증가가 시장 확대를 견인할 전망이다.
우주항공 사업 확대는 전략적 투자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달 스페이스X에 500억원 규모(21만5600주)의 지분 투자를 했다. 스페이스X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 투자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스페이스X의 반도체 생산시설 '테라팹(Terra-Fab)' 공급망 진입을 겨냥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테라팹 연간 생산량의 80%가 우주 기반 인프라에 배분될 예정인 만큼 향후 우주용 반도체 생산이 본격화되면 관련 EMI 장비 수요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주항공 신사업과 함께 기존 HBM용 TC(열압착)본더 경쟁력 강화도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현재 HBM4(6세대) 양산용 'TC 본더4'와 'TC 본더4.5' 공급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말에는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시제품을, 내년 상반기에는 차세대 와이드 TC본더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회사는 HBM용 TC본더에 집중됐던 장비 포트폴리오를 하이브리드 본더와 2.5D 패키징, 우주항공용 EMI 장비로 다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우주항공과 방산 분야는 좁은 공간에 고성능 반도체가 집적되는 만큼 전자파 차폐 기술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현재 규모는 크지 않지만 우주항공 산업이 성장할수록 관련 장비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