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흔들릴라...최태원 회장, 9440억 '재산 분할금' 마련 어쩌나?

김지현 기자
2026.07.24 15:51

(종합)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6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약 1조원에 육박하는 재산분할금 지급 부담을 안게 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어떻게 자금을 마련할지 관심이 쏠린다. 재산분할 대상에 SK㈜ 주식이 포함되면서 그룹 지배구조와 주주가치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서울고법 가사1부는 24일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에 따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은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로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혼인 기간 중 형성되고 가치가 증가한 재산으로 판단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했다.

당초 예상보다 큰 규모의 재산분할금이 선고되면서 SK그룹 내부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판결 전까지만 해도 그룹 내부에서는 최 회장에게 유리한 판단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 이후 상승한 SK㈜ 주가가 이번 재산분할 산정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부담을 덜 수 있는 요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는 최 회장의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보유 자산 활용과 주식 담보대출 확대, 금융권 차입 등과 같은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최 회장은 SK㈜와 SK텔레콤, SK스퀘어, SK디스커버리, SK케미칼 우선주, SK디스커버리 우선주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핵심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SK㈜ 보통주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보통주는 1297만5472주(지분율 17.9%)다. 재계 관계자는 "SK㈜ 지분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 주식의 경우 보유한 규모가 미미하다"며 "사실상 SK㈜ 주식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날 종가(63만원) 등을 고려하면 9440억원은 약 150만주의 시가에 해당한다.

하지만 SK㈜ 지분 매각이나 담보 설정이 확대될 경우 그룹 지배구조와 최대주주 지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최 회장이 해당 지분을 매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4년부터 추진해 온 리밸런싱(사업 재편)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비핵심 자산을 추가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추진 중인 SK실트론 매각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SK㈜는 SK실트론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여기에 SK㈜의 TRS(총수익스와프) 계약 지분 19.6%를 더한 70.6%와 최 회장 보유 지분 29.4%의 매각이 추진돼 왔다.

우선협상대상자로는 지난해 12월 두산그룹이 선정됐지만 SK실트론 매각 필요성이 과거만큼 크지 않다는 평가가 제기되면서 협상은 장기화하고 있다. 그러나 최 회장의 대규모 재원 마련 필요성이 커지면서 매각 작업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AI 올인' 전략을 추진하면서 SK실트론 매각 필요성이 낮아진 상황이었지만 이번 판결로 보유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 회장 측은 판결문 검토 후 재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의 법률대리인 이재근 변호사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약 20년에 가까운 혼인 해소 과정에서 작년 대법원 판결로 이혼이 확정되었고 오늘 재산분할의 파기환송심 판결이 있었다"며 "최태원 회장은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판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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