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호남권 메가특구 전력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주민 수용성 확보가 최대 과제로 떠오른다. 지중화와 전력망 특별법 시행에도 주민 반발이 이어질 경우 첨단산업 전력 인프라 확충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27일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와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2024~2038년)에 따르면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한 345kV 핵심 송전망 사업 75건 가운데 53건(70.7%)이 아직 시공에 착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사업이 입지선정과 인허가 단계에 머물러 있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호남권 메가특구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의 전력망 구축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서 가장 강조한 사업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호남권 전력망 확충이다.
용인에는 10GW 이상의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345kV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신설하고, 호남권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향후 첨단산업단지 조성에 대비해 계통을 보강하는 역할을 맡는다. 용인 일반 산단(SK하이닉스)의 경우 변전소 설치와 송전선로 확보가 차질없이 진행 중이지만 국가 산단(삼성전자)은 아직 더딘 상태다.
문제는 이런 사업들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부가 전남광주특별시, 충청권에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 등을 짓기로 하면서 전력 수요가 커질 예정이지만 송전망 건설 지연 시 전력 적기 확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실제 정부도 장기 계획에서 수도권과 산업단지, 재생에너지 밀집 지역을 연결하는 신규 송전망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정부 계획과 달리 사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추진 중인 전력망 특별법이 시행되면 일부 절차는 단축될 수 있지만 노선 결정과 주민 협의는 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평가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송전탑 갈등을 줄이기 위해 송전선로 지중화를 확대하고 주민친화형 변전소와 주민설명회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는 2030년까지 준공 예정인 345kV 지중화 사업 26건이 반영됐다. 신해남-신장성 지중화에만 4904억원, 신시흥-신송도 3452억원, 신평택-고덕#3 3062억원 등이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주민친화형 변전소 확대와 지자체 협업, 정책설명회 등을 통해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이는 정부 역시 전력망 확충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 확보를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중화 역시 근본적인 해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막대한 사업비와 긴 공사기간이 필요한 데다 지하 노선과 보상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반복되고 있어서다. 송전탑을 지하로 옮겨도 주민 갈등까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결국 전력망 문제를 '인허가'가 아닌 '사회적 합의'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도체와 AI 산업, 재생에너지 확대 모두 전력망 적기 구축이 전제돼 있는 만큼 주민 수용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앞으로 추진될 국가 전력망 확충도 같은 문제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