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중장기 수요 가시성을 바탕으로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만들면 팔리는' 공급 부족 국면이 이어지면서 생산능력 확충 여부가 시장 주도권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시설투자 규모는 40조원 후반에 달할 전망이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센터 사장은 29일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인공지능) 시대에는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물량을 적시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생산능력이 사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SK하이닉스도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충북 청주 M15X는 올 1분기 웨이퍼(반도체 칩을 만드는 얇은 원판) 투입을 시작하며 양산 시점을 앞당겼다. M15X가 본격 가동되면 SK하이닉스의 300㎜ 웨이퍼 기준 월 생산능력은 기존 55만장에서 63만장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복합단지)는 내년 초 페이즈(Phase)1 클린룸 개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총 600조원을 투자해 용인에 4개 팹(공장)을 순차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팹 1기는 6개 클린룸으로 구성되며 클린룸당 생산능력은 300㎜ 웨이퍼 기준 월 6만장 수준이다. 후속 팹 완공 시점도 당초 계획보다 12년 앞당긴다. 중장기적으로는 낸드플래시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충북 청주 M17 팹에 80조원을 쏟아붓는다. 내년 착공해 2029년 상반기 가동할 예정이다. P&T7에도 20조원을 투입해 첨단 패키징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시설투자 규모는 지난해(30조1730억원)보다 최소 15조원 이상 늘어난 40조원 후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대 수준의 투자 배경에는 AI 메모리 수요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송 사장은 "내년 이후에도 CSP(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의 AI 인프라 투자가 견조하게 지속돼 메모리 전반의 수요가 함께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대형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의 AI 관련 자본지출(CAPEX)은 내년 1조달러(약 1481조5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투자 계획 발표 가능성도 남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5일 대한상의 제주포럼 간담회에서 "최선을 다해 빠른 속도로 (생산능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지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지어보려는게 지금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송 사장도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생산 거점은 국내외를 구분하기보다 전력과 용수, 인력, 공급망, 반도체 생태계, 고객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며 "(다만) 이미 발표한 투자 계획 외 추가 투자에 대해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대규모 생산능력 확대로 인한 '공급 과잉' 우려와 관련해서도 송 사장은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수 고객사와의 장기공급계약(LTA)에 기반한 증설인 만큼 시장 수요를 웃도는 공급 확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과거 선제 증설과 공급 과잉이 반복되던 메모리 산업의 전형적인 사이클과는 다른 국면이 형성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 사장은 "증가하는 고객 수요에 대응할 생산 기반을 적기에 확보하고 기존 자산의 활용과 신규 투자를 균형있게 검토해 투자 효율성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