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우수 인재의 이탈을 막기 위해 '핵심인력' 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인센티브를 지급하면서 체결하는 전직금지약정 등을 통해 우수 인재의 경쟁사 이직을 억제하는 전략이다.
6일 전자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사업부 직원 중 6.7%에게 특별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삼성전자는 사내 인재 관리제도인 '핵심인력' 제도를 운영 중인데 관련 대상자에게 특별인센티브 등을 주고 있다.
특별인센티브 규모는 개인마다 다르다.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3월에도 삼성전자는 우수인력 리텐션(이탈방지)과 동기부여를 목적으로 9663명에게 약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지급했다. 전체 인력 중 약 7%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1인당 평균 지급 규모는 4000만원가량이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로 인력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특별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별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경쟁사 전직금지약정을 함께 체결하는 방식이다. 실제 직원들 사이에서는 반도체(DS) 부문을 중심으로 핵심인력 대상이 이전보다 늘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우수 인재들에게 개별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주요 과제별 달성도에 따라 추가적인 시상을 하는 등 다양한 보상 방법을 통해 임금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며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핵심 인력 이탈을 방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달 법원은 메모리사업부 낸드플래시 설계 담당 직원의 SK하이닉스 이직에 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가 전 직원 A씨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퇴직 후 1년6개월 동안 SK하이닉스와 계열사에 취업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낸드플래시 설계가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하고 두 직원이 주요 설계 내용을 알고 있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이들을 '핵심인력'으로 별도 관리한 점도 함께 고려했다. 이들은 지난해 각각 3000만원과 1200만원의 특별인센티브를 2년에 걸쳐 지급받는 약정을 회사와 체결했다.
특별인센티브 약정에는 경쟁사 전직을 제한하는 의무 조항도 포함돼 있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을 포함한 주요 경쟁업체를 전직금지 대상으로 두고 있다. 법원은 특별인센티브가 전직금지약정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수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삼성전자의 인력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특별인센티브을 확대하는 것은 인재 유출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기계발 휴직, 국내 박사과정 지원, 리텐션(이탈방지) 인센티브 3000만원.'
삼성전자가 퇴직 의사를 밝힌 '핵심인력'을 붙잡기 위해 제시한 인센티브 사례 중 하나다. 여기에 별도의 전직금지약정을 체결하면 1억원의 추가 보상을 지급하겠다는 제안도 했다. 하지만 해당 직원은 이를 모두 거절하고 이직을 선택했다.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성과급과 공격적인 채용을 앞세우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의 인재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상한 없이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증권가의 올해 SK하이닉스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266조원에 이른다. 단순 계산하면 직원 1인당 성과급 규모가 7억원을 넘는다.
특히 삼성전자는 같은 반도체업계라는 점에서 우수 인재가 유출될 경우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노사 합의를 통해 메모리사업부에는 SK하이닉스를 웃도는 규모의 특별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하며 급한 불은 껐다. 삼성전자는 반도체(DS)부문에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성과급을 지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업부별 배분 비율에 따라 DS부문 내 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와 메모리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는 여전히 크다. 여기에 SK하이닉스가 최근 대규모 신입·경력 채용에 나서면서 회사 안팎이 술렁이기도 했다. 실제 삼성전자 현직 직원이 SK하이닉스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지원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우수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핵심인력 관리와 특별인센티브 제도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법원이 특별인센티브 지급을 전직금지약정에 대한 별도 보상으로 인정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근로자에게 별도의 대가가 제공됐는지는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 가운데 하나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신청한 전직금지가처분을 일부 인용하면서 법원은 △특별인센티브 지급 대상이 사업부 근무 직원의 약 6.7%에 불과한 점 △특별인센티브 약정서에 전직금지약정과 유사한 의무사항이 포함된 점 등을 근거로 "전직금지약정에 대한 대가가 지급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직금지약정은 대부분의 직원이 작성하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 때문에 일반 직원에게 그대로 적용되기는 쉽지 않다"며 "회사가 핵심 인력에게 별도의 보상을 지급한 경우에는 전직 제한의 대가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도입한 PSU(성과연동주식보상)도 직원을 장기간 회사에 묶어두는 이른바 '록인(Lock-in)' 효과가 있다. PSU는 2028년 10월 13일 주가를 기준으로 지급 수량이 확정되는 방식이다.
6일 삼성전자 종가(23만500원) 기준으로 현재 주가가 유지될 경우 CL3~CL4(과장·차장·부장급)는 약 1억3800만원(600주) 규모의 주식을 받을 수 있다. 확정된 주식은 2028년 이후 3년에 걸쳐 분할 지급된다.
SK하이닉스의 대규모 경력 채용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실시한 조사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가장 입사하고 싶은 대기업'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비반도체 대기업 관계자는 "경력 채용이 반도체 기술 인력에만 국한되지 않아 비반도체 기업에 다니는 직원들도 SK하이닉스 채용에 큰 관심을 보인다"며 "각 기업 인사 담당 부서의 고민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