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역대 최고 수준의 수출 실적과 경상수지 흑자 등을 기록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체감하는 자금조달 사정은 팍팍하다. 반도체 중심의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기업들은 직간접 금융 모든 부문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은행 차입뿐 아니라 회사채와 주식 발행 등 여러 조달 수단에서 애로를 겪고 있다.
이는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비금융사 204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 자금조달 실태와 정책과제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응답 기업들은 최근 1년간 가장 어려워진 조달 수단으로 '시중은행 차입'(43.6%)을 꼽았다. 당면한 가장 큰 문제로도 '고금리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48.5%)을 지목했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의 이자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들은 금리는 거시 여건에 맞물려 당장 내리기 어려운 만큼 시급한 정책과제로 '위험가중치 완화 통한 기업대출 확대'(52.5%)를 원했다. 위험가중치를 내리면 대출에 따른 은행의 손실 대비 자본 적립 부담이 줄어 대출 여력이 많아진다.
이처럼 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데 또 다른 대안인 직접금융 조달은 단기 자금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의 주식과 회사채 공모발행액은 126조57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조3570억원(15.6%) 감소했다. 이중 주식 발행은 1조2551억원이 줄어 29.6% 급감했다. 회사채는 15.2% 줄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장기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됐다는 평가다.
반면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는 급증했다. 올 들어 6월까지 발행액은 총 1272조84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5조1069억원(68%)이나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위 '빚투' 자금을 대기 위한 증권사의 급전 조달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장기적 안정적 자금 계획을 세워 운용하기보다 당장의 운영자금을 해결하거나 기존 부채의 돌려막기(차환)에 급급한 측면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가가 급등해도 자금조달에는 별다른 긍정적 영향을 주지 못했다. 앞서 대한상의 조사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향해 올라가던 5~6월에 실시됐음에도 주가 상승과 관련해 신주발행 등을 통해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됐다'고 답한 곳은 14.7%에 그쳤다.
최은락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시중 유동성의 많고 적음보다 기업금융이 원활하게 작동해 기업이 필요한 시점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며 "기업금융은 은행 대출과 회사채, 주식 발행이 각각 별개로 작동하는 시장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는 구조여야 하고 기업이 상황에 맞게 여러 조달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