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포스코 등 '미래 가치 투자' 유상증자, 주가상승 원동력

최경민 기자, 박종진 기자
2026.08.10 06:45

[MT리포트-돈맥경화, 기업들 곡소리 난다]④미래 투자에 쓴 유상증자, 기업가치엔 '약'

[편집자주] 최근 상장사들의 자금 조달이 전방위로 어려워지고 있다. 회사채·메자닌 등 다른 자금 조달 창구부터 위축된 데다, 마지막 보루였던 유상증자마저 잇단 정정요구로 발이 묶이는 형국이다. 금융당국의 자금 조달 정책 방향마저 예년보다 깐깐해져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돈의 흐름이 시장 말단까지 유연하게 흐르게 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 본다.
주요기업 유상증자 결정 이후 주가 변화/그래픽=임종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3월20일 장 마감 후 약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국내 증시 역사상 최고액. 그만큼 반발도 컸다. 2024년 1조7247억원을 벌어들인 회사가 왜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냐는 주주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튿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약 13% 급락한 62만8000원을 기록했다. 그로부터 약 1년5개월이 지난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100만원 상단에 있다. 지난 7일 기준 종가는 109만7000원이었다. 유상증자 발표 직후 대비 75% 수준의 주가 상승이 이뤄졌다.

주가 강세의 배경에는 글로벌 차원의 방산 업계 호황이 자리하고 있지만, 유상증자 결정 역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하면서 동시에 한화에너지 등이 참여하는 1조30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하는 방식으로 계획을 보완한 끝에 증자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을 활용해 △해외 해상 및 지상 방산 거점 투자 △천무 다연장로켓, 레드백 장갑차, 대공방어시스템 등 차세대 핵심 제품 투자 등을 진행키로 했는데 이것이 기업 가치 제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SDI는 지난해 3월14일 미국·유럽 생산시설 및 '꿈의 배터리' 전고체 투자 등을 위해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었다. 배터리 업계 불황 속에서도 과감한 미래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유상증자 발표 당일 19만140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7일 45만9000원까지 올랐다. 배터리 전방 수요가 본격 회복세에 접어들 경우 삼성SDI의 과감한 미래 사업 투자가 거둘 결실이 더욱 커질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밖에 2023년 초 협동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를 발표했는데, 삼성전자의 지분투자와 전략적 협업이 호재로 작용하며 공시 직후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었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2021년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포스코그룹 차원의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강화 의지로 해석되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월에도 유상증자를 공식화하고 국내외 양극재 등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었는데 12만원 대였던 주가는 현재 15만원 대를 보이고 있다.

기존 채무를 상환하는 등의 의도가 아니라 성장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 먹거리 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목적의 유상증자라면 투자자 입장에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자금조달이 꽉 막힌 시기일수록 유상증자를 단지 급한 불을 끄는 수단이 아닌 기업의 향후 비전을 시장에 설득하는 계기로 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확실한 시장 선점용 시설 투자나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는 유상증자는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시장에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신호가 된다"며 "투명한 자금 집행 계획과 명확한 성장 비전이 전제된다면 유상증자는 자금난 해소와 기업가치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최적의 카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 한화에어로 유상증자/그래픽=임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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