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한국항공우주(KAI) 보유 지분율이 15%를 넘어섰다. KAI의 민영화가 진행될 경우 인수를 시도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은 1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 등 총 15.89%의 KAI 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지난달 8일 KAI 지분 12.44%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하면서, 동시에 한화시스템의 KAI 지분 추가 매입 계획(연내 5000억원 한도)을 공개했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한 달 간 KAI 지분 3.45%를 장내 매입했다.
한화는 상장사인 KAI 주식을 15% 이상 취득함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재계는 KAI의 민영화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만큼, 한화의 움직임이 아직까진 행정적 절차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KAI의 최대주주는 지분 26.41%를 보유하고 있는 수출입은행이다.
다만 미래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KAI 인수전의 핵심 교두보를 한화 측이 선점했다는 평가다. 한화 관계자는 "KAI의 2대주주로서 양사 간 사업 협력을 통한 시너지 제고, 글로벌 수출 확대 지원 등과 관련한 KAI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우주주권 확보와 자주국방, 그리고 미래 산업인 우주·항공·방산 분야 해외 수출 경쟁력 강화 및 생태계 구축을 위해 KAI 인수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의 방산 블록화 등 지역 보호주의에 적극 대응하면서 글로벌 대형 방산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한 목적이다. 민간 주도 뉴스페이스 시대로의 전환, 글로벌 방산 재편 상황에서 '육·해·공·우주 통합' 솔루션을 갖춘 국가대표 기업으로의 도약이 필수적이라는 게 한화의 판단이다.
한화는 항공엔진, 유도무기,레이더, 위성, 지상·해양방산 등에서의 기술과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KAI는 전투기, 헬기, 무인기 등 체계종합 역량을 갖추고 있다. 양사의 협력 혹은 결합이 진행될 경우 육상, 해상, 항공은 물론 우주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우주·항공·방산 체계 구축이 가능해진다. KAI는 한화가 보유하고 있는 해외 네트워킹과 통합 패기지를 활용한 수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최근 한화그룹은 'AI 우주강국'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2040년까지 55조원을 투입해 독자 발사체와 위성, 우주 AI 데이터센터, 저궤도 통신망, 국방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통합 우주·국방 인프라를 확보하기로 했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있는 경남 창원과 KAI가 있는 경남 사천,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고흥을 잇는 남부지방 우주·항공 종합벨트 구축에 앞장설 방침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경남 진주에서 열린 'AI 우주강국' 전략 발표에서 "대한민국은 이제 우주와 항공을 각각의 산업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우주와 항공, AI와 국방이 하나로 연결될 때 진정한 AI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