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시간·비용 줄여… 피지컬AI로 '성큼'

강주헌 기자
2026.08.13 04:00

현대차그룹, AX성과 발표회
R&D 리서치 시간 90% 단축·차량식별 기술로 52억 절감
사내 생성형AI 3만명 이용… 개발기간 등 2차혁신 준비중

"코딩교육을 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직접 코딩하고 싶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정보통신기술)담당 사장에게 건넨 말이다. 진 사장은 "회장님까지 코딩을 하실 필요는 없다"고 만류했지만 정 회장은 "그래도 경영진이 바이브 코딩을 해봐야 AI(인공지능)기술을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어 교육이 끝난 후 정 회장은 "톱레벨 경영진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술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이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정확히 구분해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부터 제조·서비스 현장까지 모든 사업영역에 AI를 적용해 업무시간과 비용을 줄인다. 앞으로는 축적한 데이터와 운영경험을 토대로 차량과 로보틱스, 제조현장을 아우르는 피지컬 AI 영역까지 혁신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은 1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AX(AI 전환) 성과 발표회'를 열고 전사 DX(디지털 전환)와 AX 과정, 부문별 성과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공개했다.

성과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연구·개발부문이다. 지난해말 남양기술연구소에 도입한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는 여러 시스템에 흩어졌던 과거 충돌시험 결과와 시험이미지, 해석자료를 통합검색하고 유사 사례의 시험조건, 차량구조, 상해원인, 개선대책까지 비교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료 탐색과 검토 시간이 약 90% 줄었다.

제조부문의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는 생산라인 카메라와 비전AI로 VIN(차량식별번호)을 자동판독해 실제 차량과 시스템 정보를 실시간 대조한다. 글로벌 생산거점 약 70곳에 적용했고 이 솔루션 한 건으로 연간 52억4000만원의 절감효과를 낸다.

현대차그룹 DX·AX 진행 과정. /그래픽=최헌정

이런 성과의 토대는 AI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추진해온 DX에 있다. 2018년 정 회장이 "IT(정보기술)기업보다 더 IT기업 같은 회사가 돼야 한다"고 주문한 뒤 현대차그룹은 2022년부터 '지라' '두레이' '컨플루언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MS 365'를 잇따라 도입했다. 이어 '글로벌 원데이터 파이프라인'으로 연구개발·생산·품질·판매에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표준화, 연결했다.

진 사장은 DX와 AX의 관계를 자율주행에 빗댔다. 그는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차가 나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것이 AX라면 차 문을 열고 올라타는 행위가 DX"라며 "차에 타지 않으면 자율주행은 시작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I를 도입해도 데이터와 업무체계가 정리돼 있지 않으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렇게 정리한 데이터 위에서 AX를 확산하는 도구가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 'H챗프로'다. 보안이 확보된 환경에서 챗GPT·제미나이·클로드 등 외부모델을 골라 쓰도록 한 플랫폼으로 지난 7월 기준 이용자가 3만명을 넘어섰다.

경영층도 예외가 아니다. 이상홍 현대차·기아 정보보안2실 상무는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층이 컨플루언스로 업무보고를 받는다"며 "PPT를 만들어 보고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프로젝트 진행현황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고 소개했다.

현대차그룹은 다음 단계로 개별업무 효율화를 넘어서는 대규모 프로세스 혁신을 준비 중이다. 여러 부서에 걸친 업무절차를 통째로 바꾸는 작업이다. 그 대상 중 하나가 차량개발기간이다.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 확보도 진행 중이다. 새만금에 500㎿(메가와트) 규모의 부지를 확보해 2029년 말에서 2030년 사이에 데이터센터가 들어갈 예정이며 연산에 필요한 GPU(그래픽처리장치)는 엔비디아와의 제휴로 필요한 만큼 확보했다고 전했다.

진 사장은 "AX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와 운영경험, 실행역량은 머지않아 도래할 피지컬 AI 시대를 준비하는 가장 강력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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