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지자체 행정·민간 건설 3박자… 3년만에 칩 찍었다

김남이 기자
2026.08.14 03:52

李대통령 콕집은 TSMC 구마모토 공장 '속도전' 비결은
인허가 동시 진행·막대한 보조금·24시간 공사등 '총력'
성숙공정도 장점… 국내는 첨단시설 필요, 적용 한계도

TSMC, 일본 구마모토 1공장 건설 주요 일지/그래픽=이지혜

"일본 구마모토 못지않은 속도로 신속하게 집행됐으면 좋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하며 일본의 TSMC 구마모토공장을 사례로 들었다. 건설계획 발표부터 양산까지 약 3년이 걸린 TSMC 구마모토공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자원을 집중한 '초고속 속도전'의 결과다.

TSMC가 소니와 함께 자회사 JASM(Japan Advanced Semiconductor Manufacturing)을 설립해 일본 구마모토에 공장을 짓겠다고 공식발표한 시점은 2021년 11월이었다. 불과 5개월 뒤인 2022년 4월 공장건설에 착수했고 2024년 2월 공식 개소식을 열었다. 착공부터 개소식까지 22개월이 걸렸다.

공사 초기부터 속도가 빨랐다. 착공 약 6개월 만인 2022년 10월 기초공사가 대부분 마무리되자 JASM 내부에서도 "유례없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제조장비 반입과 설치, 시운전 등을 거쳐 2024년 12월 12·16나노(나노미터·㎚=10억분의1m), 22·28나노 공정의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다. 투자발표부터 양산까지 약 3년 만이었다.

계획발표부터 양산까지 약 3년 만에 마친 것은 반도체업계에서도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서 "신규 팹(공장) 건설부터 웨이퍼 생산까지 3년 6개월이 넘는 긴 리드타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의 경우 2019년 산업단지계획안이 승인됐고 내년 2월 첫 클린룸 가동을 앞뒀다.

구마모토공장의 속도전에는 민관협력이 뒷받침됐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TSMC 유치와 공장건설을 국가·지역 차원의 프로젝트로 지원했다. 구마모토현은 TSMC의 투자 발표 직후 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반도체산업 집적강화추진본부'를 설치했다. 교통과 인력, 용수, 환경 등 공장건설과 가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과제를 부서별로 나눠 동시에 대응했다.

일본 정부도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다. 경제산업성은 착공 2개월 후 최대 4760억엔(약 4조2364억원)의 보조금 지원을 결정했다.

민간도 역량을 총동원했다. 시공을 맡은 건설사는 전국에서 건설 기자재와 인력을 모아 3교대 24시간 체제로 공사를 진행했다. 밤에도 조명이 꺼지지 않아 현지에서는 '불야성'으로 불릴 정도였다. 이미지 센서 등을 생산하는 소니의 반도체 개발·생산경험도 도움이 됐다.

특히 구마모토현의 대응이 주목할 부분이다. 구마모토현은 반도체공장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교통 등 기반시설 준비와 인허가 등을 동시에 진행했다. 아울러 대만 인력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외국인 자녀교육과 다국어 의료정보 제공, 타이베이 항공노선 추가 등 생활지원도 함께 준비했다. 반도체 인력도 건설단계부터 확보했다. 기업과 대학·고등전문학교 등 산학관이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반도체 교육과정을 확대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구마모토공장의 건설속도는 기업과 중앙정부,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자원이 집중된 결과다. 여기에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기업이 밀집한 규슈의 산업기반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규슈는 1960년대 이후 반도체공장이 잇따라 들어서며 '실리콘 아일랜드'로 불린 지역이다. 일본 반도체기업의 3분의1이 모여 있다.

다만 구마모토 사례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어려운 조건도 있다. 우선 1공장에서 생산하는 12·16나노, 22·28나노 공정은 이미 양산경험이 충분히 축적된 공정이다. 최첨단 공정은 공장건설뿐 아니라 첨단 제조장비 확보와 설치, 공정 안정화 등에 더 높은 난도가 요구된다. 구마모토공장에 대규모 자원을 집중할 수 있었던 점도 고려대상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평택 반도체 캠퍼스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는 한국은 건설인력과 기자재뿐 아니라 제조장비 확보에서도 자원이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에 필요한 사항을 동시에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공장건설 인력이 풍부했던 것도 중요한 요소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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