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이 '칩플레이션'(칩+인플레이션) 상황에도 공격적인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경쟁사들이 원가부담에 가격을 올리고 물량을 줄이는 틈을 파고들어 판매를 확대하고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성과급에 대해서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성과주의 원칙을 고수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DX부문장인 노태문 사장 주재로 경기 수원사업장 R5연구소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경영현황 설명회를 열었다. 올해 하반기 핵심전략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와 사업체질 개선, 내년도 혁신제품 준비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DX부문 수익성 악화의 핵심요인으로는 메모리반도체(이하 메모리) 가격급등이 지목됐다. 올해 상반기 DX부문 매출은 지난 동기 대비 약 2% 늘었지만 시장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8조원) 대비 4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재료비 절감과 비용 효율화에도 지난해보다 4배 이상 오른 메모리 가격의 충격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고원가 구조가 경쟁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메모리 가격상승으로 경쟁사들이 제품가격을 올리거나 보급형 제품의 생산·주문량을 줄이는 상황에서 오히려 '갤럭시S26'과 '갤럭시Z폴드8' 등 주력제품 판매를 확대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것.
반도체 호황이 삼성전자 DX부문에 원가부담으로 돌아오는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독특한 '부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완제품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과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인사·재무·회계는 물론 손익과 성과급 재원까지 분리돼 사실상 별도 회사처럼 운영된다. 무엇보다 메모리 가격상승이 DS부문에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만 DX부문에는 비용부담으로 전가된다.
이 과정에서 DX부문의 내부불만도 커진다. DX부문 직원이 주축인 동행노조는 임금협약 백지화와 함께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수준의 보상 등을 요구한다. 오는 21일에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보상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노조는 올해 임금교섭에서 DX부문이 보상에서 소외됐다는 입장이다.
이날 삼성전자 종가(24만7500원)를 기준으로 DX부문 직원에게 1인당 자사주 1000주를 지급하면 약 12조4000억원이 필요하다. '칩플레이션' 장기화 속에서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회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DX부문으로서는 대규모 추가보상까지 더해질 경우 부담이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기존 성과주의 원칙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DS부문과 DX부문의 보상체계를 분리한 것이 각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 원동력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며 "성과와 무관한 보상이 이뤄지면 조직 내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고 성과를 낸 조직의 사기와 동기부여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