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운하 리스크 어디까지..선박 수요 몰리는데 물이 없다

강주헌 기자
2026.08.28 16:10
파나마운하. /머니투데이 포토DB

파나마운하 통항 수요가 운하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까지 차올랐다. 파나마운하청이 다음달부터 하루 통항 선박 수를 줄이기로 하면서 수요가 쏠리고 있는데다 가뭄발 공급 축소까지 겹치면서다.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과 석유제품운반선을 중심으로 운임 상승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2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파나마운하 일평균 통항량은 중동 분쟁 이전 6개월간 35척 수준에서 올해 3~4월 39~41척으로 늘어 사실상 최대 처리능력에 근접했다. 통항 대기선박은 지난해 40척 내외에서 올해 60척 수준으로 늘었고 원양 화물선 평균 대기시간도 약 30시간에서 약 50시간으로 길어졌다.

혼잡은 곧바로 비용으로 옮겨붙었다. 파나마운하청(ACP)은 2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일부 통항권 낙찰가가 100만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중동 분쟁 이전인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 사이 중간 경매가격은 평균 5만5000달러 수준이었다. 운하청은 통항료 인상이 아니라 일시적인 수급 변동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올해 혼잡은 2023~2024년과 원인이 다르다. 당시에는 엘니뇨 가뭄으로 통항능력 자체가 줄어든 것이 핵심이었지만 올해는 중동발 에너지 교역 재편과 미국의 에너지 수출 증가로 통항수요가 먼저 몰렸다. 아시아향 미국산 석유제품 수요가 늘면서 4~5월 제품운반선 통항량은 월평균 약 300척으로 지난해 평균보다 50%가량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파나마운하는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약 3%, 액화석유가스(LPG) 교역량의 20% 이상을 처리한다.

여기에 공급 제약이 더해졌다. 올해 운하 지역 강수량은 평년 대비 34% 줄었다. 운하청은 수위 하락에 대응해 일일 통항 선박 수를 다음달 4일부터 34척, 15일부터는 32척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영향은 파나마운하 의존도가 높은 선종에 집중된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VLGC의 영향도를 '매우 높음'으로 분류했다. 실제로 지난 5월 평균 대기시간이 80시간을 넘기면서 VLGC의 파나마운하 이용 비중은 80~90%에서 약 55%로 낮아졌고 희망봉 우회는 10% 내외에서 45%로 늘었다.

우회는 곧 운임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국~아시아 항로에서 희망봉을 이용하면 항해 거리가 파나마 경유 대비 최대 70% 길어진다. 같은 화물을 더 먼 거리로 실어 나르면서 선박 회전율이 떨어지고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선복이 줄어드는 구조다. 제품 운반선도 통항 제한이 강화되면 중형(MR)·장거리(LR) 탱커의 유효 선복이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액화천연가스(LNG)선은 미국~아시아 물량 상당수가 이미 희망봉을 이용하고 있어 영향이 제한적이다. 컨테이너선도 통항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운하 수위가 더 낮아져 통항 척수와 선박 적재량 제한이 강화되면 미국 동안향 운임과 물류비 상승으로 번질 수 있다.

전망은 밝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엘니뇨는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까지 강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엘니뇨 심화로 수위가 더 낮아져 적재량 제한까지 확대되면 수요발 혼잡과 공급자 측 통항 능력 축소가 겹치는 복합 리스크로 전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영향은 올해 하반기보다 내년 초에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보고서를 통해 해운업계에 통항권 선제 확보와 항로·선대 최적화, 추가 비용의 운임·계약 반영을 대응 방안으로 제시했다. 수출입기업에는 대체항로·대체항만과 안전재고·선복 확보를 통해 비용과 납기 변동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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