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넘어 성과로…코리아콘퍼런스, K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결실'

안재용 기자
2026.08.30 13:18
한국 유망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코리아콘퍼런스 2026'이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렸다. /사진=코리아콘퍼런스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해온 코리아콘퍼런스가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코리아콘퍼런스를 통해 해외 투자자·기업과 연결된 국내 스타트업들이 미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실제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정부 조달시장에 진출하는가 하면, 수출과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새롭게 코리아콘퍼런스에 합류한 기업들도 인공지능(AI)과 제조업, 콘텐츠, 바이오 분야의 기술을 앞세워 미국·일본·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국 유망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코리아콘퍼런스 2026'이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렸다.

코리아 콘퍼런스는 미국에서 성공한 한인 금융투자전문가 제니 주 회장을 중심으로 뜻있는 이들이 힘을 보태 2022년부터 한국의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주 회장은 모건스탠리와 UBS, JP모건 등에서 자산관리와 패밀리오피스 업무를 담당하며 쌓은 글로벌 금융·투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국 스타트업과 해외 투자자, 기업을 연결해왔다. 혁신 기술을 보유한 한국 업체들이 현지 대기업·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을 만나 투자를 유치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는 것을 돕는 게 코리아콘퍼런스의 목표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글로벌 성공을 뒷받침한 '이스라엘 콘퍼런스'를 벤치마킹했다.

또 코리아콘퍼런스는 머니투데이가 개최하는 글로벌 콘퍼런스 '2026 키플랫폼'(K.E.Y. PLATFORM 2026) 사전행사 '코리아콘퍼런스-프리뷰 세션'에 함께하는 등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주 회장은 올해 행사의 의미를 '가능성에서 성과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주 회장은 "이제 코리아콘퍼런스는 가능성이 아닌 성과를 보여주는 자리다"라며 "먼저 성공한 기업이 다음 기업을 이끌어주는 성공의 릴레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회장은 "코리아콘퍼런스의 가장 큰 자산은 결국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것"이라며 "코리아콘퍼런스가 발굴한 기업들이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하고 후배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코리아콘퍼런스 발굴 韓스타트업들, 글로벌 시장서 '성과'

이번 코리아콘퍼런스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이전 행사에서 발굴·지원한 기업들이 실제 글로벌 사업 성과를 들고 다시 무대에 올랐다는 점이다.

수면 테크 기업 에이슬립은 코리아콘퍼런스를 통해 인도네시아 리뽀그룹을 만난 후 글로벌 호텔·웰니스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에이슬립은 병원과 부동산, 호텔, 유통 등을 운영해 '인도네시아의 삼성'으로 불리는 리뽀그룹과 손잡고 발리에서 시작되는 웰니스 리조트 사업에 수면 기술을 공급한다.

에이슬립은 내년 발리에 문을 여는 럭셔리 웰니스 리조트 전 객실에 자체 개발한 '침실 최적화 시스템'을 공급한다. 온도와 습도, 공기 질, 조명, 음악 등을 자동으로 조절해 이용자의 숙면을 돕는 시스템이다.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에이슬립으로서는 글로벌 호텔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첫 사례다.

이동헌 에이슬립 대표는 "제니 주 회장의 소개로 마이클 리아디 리뽀 카라와치 대표를 만난 것이 사업의 출발점이었다"며 "세계 웰니스 호텔에 수면 기술을 공급하는 첫걸음을 시작했다"고 했다.

리아디 대표도 코리아콘퍼런스 무대에 직접 올라 에이슬립과의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리아디 대표는 "수면은 우리의 여섯번째 웰니스 요소가 될 것"이라며 "다른 호텔과 리조트로도 에이슬립 기술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호텔과 유휴 공간을 개봉 영화관으로 전환하는 모노플렉스도 코리아콘퍼런스를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과거 1000통이 넘는 콜드메일을 보내도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했던 모노플렉스는 코리아콘퍼런스를 계기로 메리어트랩스와 연결됐고 결국 포괄적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버전미디어와의 협력까지 더해지면서 미국 호텔·상업공간 시장을 공략할 기반을 확보했다.

사업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모노플렉스는 미국 코네티컷에 문을 연 1호점이 개장 첫해 92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객석 점유율은 42%로 미국 일반 멀티플렉스 평균 14%의 세 배 수준이었다. 석민철 모노플렉스 대표는 "코리아콘퍼런스 네트워크를 통해 메리어트랩스와 협력하게 됐다"고 했다.

교육 AI 기업 레티튜는 더욱 진입장벽이 높은 미국 정부 조달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레티튜는 코리아콘퍼런스를 통해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 경제개발청과 미국 정부 조달 전문기업을 소개받았다. 이를 토대로 현재 총 사업 규모 약 2억3000만달러에 이르는 미국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코리아콘퍼런스에 참가한 레티튜는 1년 사이 미국 정부의 제안요청서(RFP) 7건을 제출하고 24개 기관과 협력하는 단계까지 진전됐다. 미국 정부의 규정에 맞추기 위해 교육 플랫폼의 인프라도 미국 현지로 이전했다. 한국 스타트업이 진입하기 쉽지 않은 미국 정부 조달시장에 코리아콘퍼런스의 네트워크가 연결고리 역할을 한 사례다. 이다훈 레티튜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 정부 조달시장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밝혔다.

물류 AI 기업 아워박스는 코리아콘퍼런스를 발판으로 성장과 IPO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아워박스는 물류 전 과정에 AI를 도입해 운영 효율과 영업이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아워박스는 지난 8년간 매출과 물동량이 연평균 약 80% 성장했고 올해도 50% 이상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박철수 아워박스 대표는 "코리아콘퍼런스가 지원한 스타트업 가운데 첫 상장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전통주 브랜드 'NERD'를 운영하는 한국F&B파트너스도 코리아콘퍼런스를 통해 해외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다. 제니 주 회장이 연결해준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VIP 행사와 다양한 협업 기회를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프리미엄 주류와 라이프스타일을 해외에 알리는 브랜드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한국F&B파트너스는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에 공식 주류를 공급한 것을 계기로 미국 수출을 시작했다. 현재 뉴욕의 미쉐린 3스타 한식당 '정식 뉴욕'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성호 한국F&B파트너스 대표는 "한국의 라이프스타일과 프리미엄 술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했다.

한국 유망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코리아콘퍼런스 2026'이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렸다. /사진=코리아콘퍼런스
AI부터 신약개발까지...다음 릴레이 준비한 韓스타트업들

기존 참가 기업들이 실제 해외진출 성과를 보여줬다면 올해 코리아콘퍼런스에서 새롭게 선정된 기업들은 다음 '성공의 릴레이'를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는 티냅스, 솔버엑스, 비마이프렌즈, 에이엔제이사이언스(A&J Science) 등 4개 기업이 신규 스타트업으로 선정됐다. 행사에 참석한 120여명의 투자자·기업인과 심사위원단의 투표에서는 비마이프렌즈가 올해 우승 기업으로 선정됐다.

올해 우승기업 비마이프렌즈는 K팝에서 검증한 팬덤 비즈니스 모델을 세계 콘텐츠 시장으로 확장한다. 비마이프렌즈가 운영하는 '비스테이지(b.stage)'는 팬 회원관리부터 유료 구독과 굿즈 판매, 공연 티켓, 팝업스토어 운영, 글로벌 결제·배송까지 지식재산권(IP) 보유자가 팬덤 사업에 필요한 기능을 한 플랫폼에서 제공한다.

현재 지드래곤과 에이티즈, T1 등이 비마이프랜즈의 팬덤 플랫폼 비스테이지를 이용하고 있다. 비마이프랜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공식 팬덤 플랫폼도 구축했다. 비스테이지의 전 세계 가입자는 약 1300만명에 달한다.

서우석 비마이프렌즈 대표는 "소셜미디어 팔로어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슈퍼팬을 많이 확보할 수는 없다"며 "IP를 가진 기업이 팬 데이터를 직접 확보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티냅스는 기업이 사용하는 AI 에이전트의 행동을 통제하는 일종의 AI '감독관'을 개발한다. 생성형 AI가 질문에 답변하는 수준을 넘어 송금하거나 고객 데이터를 수정하고 공장 기계를 제어하는 단계로 발전하면서 AI가 어떤 행동까지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인가가 새로운 보안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티냅스가 개발한 '트러스트 레이어(Trust Layer)'는 AI가 생성한 답변과 실행하려는 행동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를 허용하거나 수정·차단하고, 필요한 경우 사람에게 판단을 넘긴다. 금융거래와 공장제어, 고객상담 등 업무에 따라 위험도를 판단해 AI 행동 범위를 통제하는 방식이다.

창업한 지 1년 남짓이지만 금융 분야에서 사업 기반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금융상담 AI 신뢰성 검증 프로젝트를 진행한 데 이어 KB금융그룹의 은행·카드·증권·보험 등 9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본사업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다른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과도 기술검증(PoC) 및 도입을 협의 중이며 일본 시장에서는 현지 파트너를 통한 OEM·화이트라벨 공급계약까지 체결했다.

강민승 티냅스 대표는 "모든 기업용 AI 에이전트에는 감독관이 필요하다"며 "티냅스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제조 AI 기업 솔버엑스는 AI가 현실의 물리 법칙을 이해하도록 하는 '피직스 인텔리전스(Physics Intelligence)'를 내세웠다. 제조기업들은 자동차 충돌이나 반도체 열전달처럼 제품과 공정에서 발생하는 물리현상을 실제 생산에 들어가기 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반복 검증한다. 기존에는 하나의 설계를 검증하는 데 수십 시간이 걸렸지만 솔버엑스는 AI가 기존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학습해 결과를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최적 설계안까지 제시한다.

솔버엑스는 자동차에서 검증한 기술을 반도체와 조선, 방산, 화학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국내외 제조기업들과 23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3건은 유료 또는 라이선스 계약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실제 생산 공정을 가상 환경에 구현하는 '피직스 트윈(Physics Twin)'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도 협력 중이다. 최윤영 솔버엑스 대표는 "오는 9월부터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올해 안에 첫 달러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했다.

에이엔제이사이언스는 올해 선정된 기업 가운데 유일한 바이오 신약 개발사다.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난치성 감염병을 겨냥한 차세대 항생제를 개발하고 있다. 핵심은 천연 항생물질인 '티오펩타이드'를 화학적으로 대량 합성하는 플랫폼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 감염증(CDI)과 비결핵 항산균 폐질환(NTM)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전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 공동연구 프로그램과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을 통해 임상 진입도 준비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이 심각한 보건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새로운 작용기전의 항균제를 확보해 향후 기술이전과 공동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 유망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코리아콘퍼런스 2026'이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렸다. /사진=코리아콘퍼런스
앤소니 킴 "워싱턴D.C. 밖으로 시야를 넓혀야"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장기적인 시각과 현지 네트워크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앤소니 킴 국제경제 선임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진출을 준비하면서 워싱턴D.C.와 연방정부의 정책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헤리티지재단은 미국 공화당 정권을 위한 정책집과 정책과제 '프로젝트 2025'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책 제안을 하기도 한 미국 대표 싱크탱크다.

킴 선임연구원은 "미국 시장을 보려면 워싱턴 밖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워싱턴D.C.는 백악관과 의회, 행정부가 있는 중요한 곳이지만 미국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며 "미국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플로리다와 테네시, 오클라호마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킴 선임연구원은 "워싱턴은 수많은 의사결정 단계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곳이어서 한 사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누군가 '워싱턴에서 길을 열어주겠다'고 말한다면 믿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는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환경을 '조직된 혼돈(Organized Chaos)'이라고 표현했다. 킴 선임연구원은 "스타트업은 10년, 20년 이상 사업을 이어가야 한다"며 "특정 행정부의 정책 변화만 보고 전략을 짜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그는 스타트업 성공에 필요한 요소로 아이디어(Ideas), 조직(Institution), 사람(Individuals)이라는 세 가지 'I'를 제시했다. 킴 선임연구원은 "창업은 좋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지만 이를 실제 기업으로 만드는 조직이 필요하고, 아이디어와 조직을 연결해 사업을 키우는 것은 결국 사람과 네트워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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