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中 로봇산업

중국 로봇 산업이 베이징·상하이·선전 등 대도시 중심의 '전시형 기술 경쟁'을 넘어 지방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국 지방 도시의 병원·공장·주유소 등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과 서비스 로봇을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로봇 임대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 임대 플랫폼 칭톈주에 따르면 춘절 기간 전체 주문 규모는 5000건을 돌파했다. GMV(총거래금액)는 전기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중국의 로봇 임대 수요는 대도시에서 지방 도시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푸양 등 일부 지방 도시가 주문 상위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칭톈주는 지난 3월 '제1회 도시 파트너 대회'를 개최해 100개 이상의 파트너 그룹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한 전국 단위 도시 파트너 지원자는 2만 명을 넘어섰다.
이러한 흐름은 과거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사업 확장 경로와 유사한 양상이다. 인터넷 서비스가 대도시 시장 포화 이후 지방과 농촌으로 확장하며 성장해온 것처럼 로봇 산업 역시 지방의 노동력 부족과 서비스 공백을 메우는 '생활형 인프라' 단계로 진화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광둥성 칭위안시 산하 포강현은 최근 '무인 기술'을 활용한 현(한국의 군과 유사한 행정구역) 단위 스마트 도시 운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자율주행 청소차가 하루 10시간 이상 도심 도로를 청소하고 있으며, 무인 배송차는 중앙 주방과 농촌 마을의 노인 급식소를 오가며 고령층 식사를 배송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4단계에 해당하는 무인 배송 차량이 10개 이상의 마을 급식 거점을 순환하며 노인 대상 식사 배송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인력 부족과 이동 거리 문제로 운영 효율이 낮았지만 무인 차량 도입 이후 운영 안정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드론 활용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포강현은 광산 지역 안전 관리와 환경 감독에 드론 순찰 시스템을 도입했다. 드론은 광산 지역을 자동 순찰하며 지형 데이터와 영상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 인력 대비 수십 배 수준의 데이터 수집 효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저장성 위환시 역시 '로봇+도시관리' 모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지에서는 순찰 로봇과 드론, AI 스마트 안경 등을 결합한 '공중-지상 통합 순찰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거리 순찰 로봇은 불법 노점, 쓰레기 무단 투기, 불법 주차 등을 자동 인식해 음성으로 경고 메시지를 송출할 수 있다. 드론은 상공에서 실시간 영상을 수집하고, 현장 직원은 AI 스마트 안경을 활용해 정보를 공유한다. 이후 문제가 감지되면 도시관리 플랫폼으로 자동 전송되고, 담당 인력이 현장 조치에 나서는 방식이다.
독자들의 PICK!
일부 지방 도시는 단순히 로봇 소비 시장을 넘어 핵심 공급망 거점으로 변신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장시성 간저우다. 간저우는 중국 최대 희토류 산업 집적지 중 하나로, 이온형 희토류 제련·분리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이 집중돼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희토류 산업 기반을 활용해 휴머노이드 로봇 핵심 부품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희토류 영구자석은 휴머노이드 관절 모터와 각종 정밀 구동 부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다. 현지에서는 휴머노이드 산업 확대가 지방 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초 중국 춘제 갈라쇼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공연이 화제를 모은 이후, 현지 희토류 관련 상장사 주가가 강세를 보였고 일부 지역에서는 산업단지 투자 문의와 부동산 거래 증가 현상도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광시성 난닝에서는 로봇 주유소 시범 운영이 시작됐다. 차량이 주유 구역에 진입하면 시스템이 차량 모델과 주유구 위치를 자동 인식하고, 로봇팔이 주유 전 과정을 수행한다. 주유구 개방부터 주유건 삽입, 주유, 종료 후 정리 작업까지 모두 자동화됐다. 전체 작업은 약 2분 내외에 완료된다. 기존 직원들은 단순 주유 업무 대신 충전·내비게이션·차량 정보 안내 등 디지털 서비스 지원 역할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 로봇 산업이 지방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배경에는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우선 대도시 시장이 포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베이징·상하이·선전 등 주요 도시의 산업 자동화 수준은 이미 높은 단계에 도달했으며 서비스 로봇 보급률 역시 빠르게 올라간 상태다. 이에 따라 신규 수요보다 기존 설비 업그레이드와 운영 효율 개선 중심으로 시장 구조가 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 도시와 현 단위 지역은 상황이 다르다. 제조업·농업·물류·의료·요양 분야 자동화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인력 부족 문제는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 지방 도시에서는 청년층 유출과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서비스 공백 문제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병원 의료진, 요양 인력, 환경미화 인력 부족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방 시장이 단순한 '미개척 시장'이 아니라, 실제 수요가 가장 빠르게 발생하는 핵심 공간이라는 것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의 경우 최근 수술 로봇 배치 규제를 일부 완화하며 지방 도시 병원의 로봇 도입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렌털 가격 하락 역시 중국 로봇 시장 확산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휴머노이드 로봇의 일일 렌털 가격은 2025년 초 약 2만 위안(약 380만 원) 수준에서 최근 한국 원화 기준 57만~114만 원 수준까지 낮아졌다. 소형 로봇개 제품 가운데는 하루 수만 원 수준의 단기 대여 상품도 등장했다.
이에 따라 기업 행사나 전시회뿐 아니라 지역 상업 행사와 관광지 이벤트에서도 로봇 활용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로봇 렌털 플랫폼들도 지방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낸다. 일부 플랫폼은 '도시 파트너' 모델을 통해 전국 수십 개 도시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미니프로그램을 통한 간편 주문 시스템도 구축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로봇 공유경제 모델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과거 공유자전거와 모빌리티 플랫폼이 저가 전략을 기반으로 중국 지방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던 것처럼, 로봇 산업 역시 '렌털+플랫폼' 모델을 통해 보급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 역시 로봇 보급 확대를 핵심 산업 전략 가운데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AI+' 전략과 '로봇+ 응용 행동방안'을 통해 제조업뿐 아니라 의료·농업·물류·서비스 분야까지 로봇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광둥·저장 등 일부 지방정부는 산업단지·관광지·지역사회 등을 대상으로 로봇 실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스마트 장비 구매 비용 일부를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웨이판 혁신 창업자 겸 CEO 황산은 지난 3월 청두 하이테크구에서 열린 '중국 체화 지능 산업 서밋'에서 기조연설에서 "로봇 산업은 과거 전기차와 모바일, 인터넷 산업처럼 1선 도시(중국의 지역 분류법상 가장 발전한 규모의 도시, 베이징·상하이 등)의 시범 단계를 거쳐 빠르게 2·3선 도시와 나아가 커뮤니티, 오피스 빌딩, 산업단지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전형적인 중국식 '하방 확장 모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