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까지 홀린 한화 'K9', 완제품 수출 넘어 현지화 승부수

박한나 기자
2026.08.31 16:50
K9 자주포 해외수출 현황./그래픽=이지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가 서유럽 시장 가운데 스페인에 처음 입성하게 된 배경에는 '현지화'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단순히 한국에서 생산한 완제품을 수출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지 업체(인드라)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유럽 각국이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 대응한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이 유사시 자체적으로 무기를 생산·정비할 수 있는 방산 공급망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어서다. 이번 수주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플랫폼을 토대로 인드라가 스페인에서 차체를 설계·생산하고, 임무·통신체계 등을 통합하는 방식에 초점이 맞춰졌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생산한 완제품을 그대로 공급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지 업체가 생산과 체계 통합에 참여하는 구조"라며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스페인을 포함한 유럽 각국의 현지화 요구에 부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인드라의 협력은 올해 3월 스페인 자주포 현대화 사업을 위해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본격화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7월말 매출액의 2.5% 이상에 해당하는 상품공급 기본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지만 당시에는 계약 상대방과 사업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계약은 스페인 육군이 추진하는 대규모 자주포 현대화 사업의 일환이다. 스페인은 총 45억5400만유로(약 7조2500억원)를 투입해 궤도형 자주포 전력을 현대화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K9을 기반으로 한 궤도형 자주포 128문을 비롯해 탄약보급차 120대, 지휘통제차량 11대, 구난차량 21대 등의 도입이 포함돼 있다. 전체 사업 규모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인드라의 실행계약을 크게 웃도는 만큼 관련 사업 진행에 따라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자체 방산 산업과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들이 포진된 서유럽까지 K9의 수출 지역이 확대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서유럽은 라인메탈과 KNDS, BAE시스템즈, 탈레스, 레오나르도 등 글로벌 방산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동유럽과 북유럽에서 축적된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화력과 기동성, 생존성뿐 아니라 운용·정비 효율성 등 K9 플랫폼의 종합적인 경쟁력이 스페인에서 인정받은 점은 주목할만하다. K9 운용국간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는 'K9 유저클럽(User Club)'의 외연도 서유럽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K9 유저클럽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 판매에 그치지 않고 운용국 간 장기적인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만든 협력체다.

이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수출 과정에서 국가별 요구에 맞춰 현지화 수준을 높여왔다. 대표적으로 폴란드형 K9인 K9PL은 현지 요구사항과 폴란드산 하위체계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향후 현지 생산도 추진된다. K9 차체 기술을 활용한 폴란드 자주포 크라프(Krab) 역시 K9 플랫폼과 현지 방산기술을 결합한 대표적인 산업협력 사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계약과 관련해 향후 비공개 사유가 해제되는 시점에 관련 규정에 따라 계약금액과 기간 등을 공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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