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장녀, 정석기업 지분 매각 추진… '남매의 난' 전환점

박종진 기자
2026.09.03 04:07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 보유주식 4.59% 전량
모태기업 상징성 커… 조원태 회장 인수 여부 주목
호반그룹 경영권 위협 대비… '화합구도' 기대감도

고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회장의 장녀 조승연(개명 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모태 기업인 정석기업 보유주식 전량을 매각한다. 과거 경영권 갈등을 빚은 남동생 조원태 회장(사진) 측이 이를 인수할지 주목된다.

남매가 지분매매를 통해 '화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한진그룹에는 호재다. 특히 호반그룹이 꾸준히 지분을 늘리며 경영권을 위협하는 가운데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대결구도에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2일 재계 등에 따르면 조 전부사장 측은 최근 정석기업 지분매각을 위해 복수의 인수 의향자와 접촉하고 있다.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창업주인 정석 조중훈 회장의 호를 딴 회사로 서울 한진빌딩 등 그룹의 부동산 관리·임대사업을 한다. 조 전부사장 4.59%, 조 회장 3.83%, 한진칼 60.49% 등 총수 측이 100% 소유한 비상장사다.

정석기업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 조 전부사장의 지분을 누가 살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외국계 경영참여형 PE(사모펀드) 여러 곳에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가 성사되면 한진그룹의 뿌리기업 지분이 해외로 넘어가는 첫 사례가 된다.

정석기업은 2021~2025년 조 회장 등의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자금 마련을 위해 고려아연에 지분 일부가 팔린 적은 있지만 이 역시 지난해 한진칼이 다시 사들였다. 그만큼 외부 지분 없이 오너 일가가 100% 지배력을 행사해왔다.

이 때문에 조 회장 측이 조 전부사장의 지분을 인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경영권을 놓고 충돌했던 남매가 화합하는 모양새가 연출된다. 앞서 조 전부사장은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 등 3자 연합 공세를 펴면서 남동생 조 회장과 맞섰으나 경영권 경쟁에서 졌다. 현재 조 전부사장도 해외에 팔기보다는 조 회장 측에 매각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따져볼 때도 조 회장 측의 인수 필요성이 거론된다. 경영참여를 내세우는 PE 등이 그룹의 모회사이자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비상장 회사에 주주로 들어오려는 이유는 명확해서다. 재계에서는 회계장부 열람 청구권 등 상법상 보장된 주주권리를 최대한 활용해 한진그룹을 압박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조 회장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가 100% 지분을 가지고 지금까지 운영해온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실제 조 회장 쪽에서 조 전부사장의 지분 인수 여부와 방법 등에 대해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조 전부사장의 지분가치는 얼마나 될까. 비상장 회사의 특성상 시장가격을 바로 산출할 수는 없다. 다만 고려아연과 거래가 하나의 기준은 될 수 있다. 한진칼은 지난해 고려아연으로부터 520억원에 정석기업 지분 12.22%를 매입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부동산가격 상승세 등을 고려할 때 조 전부사장의 지분가치가 고려아연 거래 때보다는 높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당시 매매가 우호 세력간 일시적 거래 성격이 강했던 점도 작용한다. 영원히 소유권을 넘기는 개념이라기보다 재매입을 전제로 사고판 거래여서 깐깐하게 가격산정을 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재계의 시선은 호반과 경영권 분쟁이 터졌을 때 미칠 영향으로 향한다. 호반건설을 필두로 한 호반그룹은 '단순투자' 명분이지만 지속적으로 지주사 한진칼의 지분을 사들여 20.15%를 확보했다. 조 회장 측 지분 20.57%와는 불과 0.4%포인트 정도밖에 격차가 나지 않는다.

물론 현재는 조 회장이 우호 지분을 포함, 과반 지분율을 보유해 문제는 없다. 그러나 한국산업은행이 보유한 10.58%는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머지않아 매각이 불가피하다. 이 지분을 누가 사느냐에 따라 경영권 확보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현실성을 떠나 시나리오는 끊이지 않고 회자된다"며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산업은행의 지분매각이 분수령이 되기 때문에 결국 국민 여론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조 전부사장의 지분을 조 회장이 인수하는 '남매 화합'의 구도는 한진그룹에도 긍정적이다. 집안 싸움하는 오너 일가보다는 화해한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매각작업과 관련, 조 전부사장 측 대리인인 이주헌 법무법인 송율 변호사는 지분매각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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