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 종말의 시대로"…24만명 관람객 탄성 쏟아졌던 'IFA 2026'

베를린(독일)=김남이 기자
2026.09.09 16:30

[IFA 2026]AI·로봇 결국 '가사 노동의 끝'을 지향...밀레 공동 회장 "기술이 반복적인 업무와 의사결정을 점차 대신"

'IFA 2026'/그래픽=김지영

"나 이제 출발해."

카카오톡에 짧은 메시지를 남기자 AI(인공지능)가 현재 위치와 집까지 걸리는 시간, 평소 선호하는 집안 온도 등을 파악한다. 이어 귀가 시간에 맞춰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를 가동할지 먼저 묻는다. 사용자가 "그렇게 해줘"라고 답하자 여러 가전이 알아서 움직인다. LG전자가 선보인 AI 에이전트 '씽큐 클로'다.

8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 2026'을 관통한 흐름 중 하나는 '가사 노동의 끝'이다. 올해 IFA에는 지난해보다 9% 늘어난 24만명의 관람객이 찾았고, 전시 참여 브랜드도 2000곳으로 5% 증가했다.

IFA 2026에서는 다양한 기능을 가전에 넣는 경쟁에서 사람이 해야 할 조작과 판단을 얼마나 줄이느냐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무대에 오른 수많은 AI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도 결국 사람을 대신해 상황을 판단하고 필요한 일을 먼저 제안·실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LG전자 역시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을 궁극적인 목표로 내세우고 다양한 AI 가전과 솔루션을 선보였다. 씽큐 클로는 사용자의 말과 생활 맥락을 이해한 뒤 필요한 가전과 서비스를 하나의 실행 계획으로 묶어 먼저 제안한다. 자녀의 방학 일정을 확인하면 낮 시간 냉방과 청소 시간을 조정하고, 마트 전단지 사진을 보내면 식재료와 가족의 식습관을 고려해 메뉴를 제안하는 식이다. 연내 공식 출시가 목표다.

백승태 LG전자 HS사업본부장(부사장)은 지난 5일 현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난해까지는 AI 기능을 탑재한 세탁기와 냉장고 등의 연결성을 강조했다"며 "올해는 단순한 연결이 아니라 각 가전이 고객의 공간과 생활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해 고객의 일상이 '제로 레이버 홈'으로 가는 지향점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씽큐 클로'의 시연 모습(본 이미지의 일부는 AI로 생성되었으며 실제 동작 및 제공화면은 이미지와 다를 수 있습니다.) /자료=LG전자

삼성전자도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를 전시관 주제로 내세우며 AI가 사용자의 고민을 줄여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AI 냉장고는 내부 식재료를 인식하고, 사용자가 재료를 선택하면 이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추천하고 조리법까지 안내한다. 세탁기는 빨래의 오염 정도와 필요한 세제량, 운전 방식 등을 AI로 최적화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람이 전자제품에 생활방식을 맞추던 것에서 벗어나 제품이 사람의 일상에 맞춰지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이지 않는 AI, 알아서 판단하고 집안일 돕는다

독일 가전 브랜드 밀레는 올해 IFA의 슬로건으로 '집안일의 끝이 보인다'를 내걸었다. 마르쿠스 밀레 공동회장은 "'집안일의 끝'이 요리하거나 집을 즐기는 경험, 인간의 참여가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다"며 "기술이 반복적인 업무와 의사결정을 점차 대신해 사람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노력과 불확실성, 복잡성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가 더 많은 기능과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며 "복잡한 기술을 고객에게서 보이지 않게 만들고, 더 적은 판단으로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밀레의 신형 식기세척기는 카메라와 AI로 식기의 종류와 배치를 파악해 세척 방식을 조절한다. 사람이 일일이 세척 코스를 고르던 판단까지 가전이 대신하는 셈이다.

IFA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팝콘을 담아주고 있다. /사진=IFA

올해 IFA에 처음 참가한 중국 샤오미는 명령하는 과정마저 없애는 모습을 보여줬다. 침실에서 사용자가 아무 말 없이 책을 집어 들자 홈카메라에 연결된 AI가 독서하려는 의도를 파악해 매트리스 각도를 조절하고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를 켰다. 커튼도 자동으로 닫혔다. 샤오미는 이를 "명령에 반응하는 집에서 사용자의 의도를 선제적으로 이해하는 집으로의 진화"라고 소개했다. TCL과 하이센스도 AI를 통해 가전과 사용자의 일상을 연결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도 사람의 일을 대신한다는 점에서 '가사 노동의 끝'과 맞닿아 있다. 세계 최대 가전·IT전시회인 'CES 2026'에서 LG전자 홈로봇 클로이드는 빨래를 옮기고 개며 가사 노동을 직접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IFA에서는 여러 가전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아 AI가 집안 전체를 조율하는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백 본부장은 "고객이 의식하지 않아도 제품이 스스로 고객과 상황을 인지해 기기와 서비스를 연결하고, 결국 피지컬 AI를 정점으로 고객에게 보이지 않는 케어를 해주겠다는 것"이라며 "빨래를 넣고 빼고 옮기는 것까지 지금은 단일 제품으로 구현하지 못하지만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 2026이 8일 폐막한다. LG전자는 집 안 공간과 제품, 서비스를 AI로 연결하는 ‘AI홈’을 선보였다. 관람객들이 홈로봇 ‘LG 클로이드’의 지휘 아래 제품과 기술, 서비스가 하나의 AI 생태계로 연결되는 모습을 담은 전시 콘텐츠 ‘LG AI 오케스트라’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제공=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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