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포장하고 화물차는 무인 주행…물류현장 파고든 '피지컬 AI'

강주헌 기자
2026.09.14 17:00
CJ대한통운 휴머노이드 로봇이 양지 올리브영 물류센터에서 상품 포장 공정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제공=CJ대한통운

물류업계가 안전관리와 배차에 쓰던 AI(인공지능)를 로봇으로 확장하고 있다. 영상 판독과 데이터 분석으로 성과를 쌓은데 이어 직접 물건을 집어 나르는 로봇과 스스로 도로를 달리는 화물차까지 실제 운영 현장에 투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고 감소율이나 자동배차 성공률처럼 숫자로 확인되는 성과도 나오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이달 초 휴머노이드(인간형) 양팔 로봇 2대를 경기 용인 양지 올리브영 물류센터에 배치해 상품 포장 공정에 투입했다. 박스 내부에 완충재를 넣는 작업을 맡는다. 지난해 군포 풀필먼트센터 실증에 이어 실제 고객 물량을 처리하는 운영 현장에 휴머노이드를 적용한 첫 사례다. 앞으로 피킹과 분류, 검수로 작업 범위를 넓힌다는게 CJ측 계획이다.

안전관리와 배차에도 AI가 따라 붙었다. CJ대한통운은 '작업자의 쓰러짐' 같은 이상징후를 감지하는 AI CC(폐쇄회로)TV를 지난 7월 기준 22개 사업장에 설치했고, 통합 안전관제 조직인 EHS 상황실이 자동관제하는 사업장을 57곳으로 늘렸다. 6월말 기준 가입 화주와 차주는 7000여개사, 7만여명인 미들마일 운송 플랫폼 '더 운반'의 경우 운임과 운행 이력, 노선별 수요를 AI로 분석해 자동배차 성공률을 초기 50% 미만에서 최근 8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CJ대한통운은 로보티즈·에이딘로보틱스·리얼월드 등과 '물류 AI 얼라이언스'를 꾸렸다.

물류업계가 AI 도입에 속도를 내는 것은 현장 효율과 안전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분류처럼 정해진 순서를 반복하는 공정은 컨베이어 같은 고정형 설비로 이미 자동화가 자리 잡았고 재배치가 쉬운 AMR(자율주행로봇)이나 이동형 설비가 그 빈틈을 메워왔다. 다만 크기와 모양이 다른 상품을 집고 포장하는 작업은 여전히 사람 손에 기대고 있다. 아울러 상황을 읽고 판단하는 AI를 얹어 로봇이 맡을 수 있는 작업을 넓히는 등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한진 자율주행 간선 차량. /사진제공=한진

한진은 안전관리에서 성과를 냈다. CCTV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컨베이어 무단 횡단, 안전모 미착용 등을 잡아내는 'AI 세이프티 가디언'을 지난 7월말부터 수도권과 충청·강원 등 외곽지역 터미널 20여곳에 구축했다. 위험 상황이 감지되면 경광등과 음성으로 작업자에게 경고하고 담당자에게 문자를 보내는데 이를 도입한 터미널의 주요 위험행동 발생 건수는 도입 전보다 6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은 또 대전 메가허브에 AI 기반 적재량 예측 시스템을 적용해 간선차량의 상·하차 종료 시점을 미리 파악하면서 다음 차량의 접안 대기시간을 줄였다. 택배 이용 고객을 상대하는 챗봇도 정해진 질문에만 답하던 방식에서 생성형 AI 기반 '한지니'로 전면 개편해 대화하듯 문의할 수 있도록 했다.

운송 단계에서는 자율주행을 도입했다. 지난 7월 국내 처음으로 5톤 간선트럭이 전북 군산항에서 전주택배터미널을 거쳐 대전 메가허브까지 주 3회 118㎞ 구간을 운행하는 자율주행 화물차 유상운송을 시작했다. 이밖에 내부 역량 확보에도 나서 올 상반기 임직원 AI 교육 이수 시간이 2329시간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도입으로 기술을 보여주는 시연이나 가능성을 확인하는 실증 단계를 넘어섰다"며 "휴머노이드가 실제 물류 운영 과정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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