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임은 이제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이 두 번째 목적기반차량(PBV) PV7을 앞세워 유럽 경상용차(LCV) 시장을 정조준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PV5를 통해 유럽 전동화 상용차 시장에서 경험을 쌓은 만큼 PV7부터는 시장 규모가 크고 경쟁이 치열한 주력 미들사이즈 밴(M-VAN)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미다.
기아가 PV7보다 한 체급 작은 PV5를 먼저 내놓은 것도 이같은 전략에 따른 것이다. 송 사장은 "PV7을 먼저 가지고 들어오면 시장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PV5 시장에 먼저 들어가 많은 것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PV7 시장에 진입하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PV7의 승부처로는 차량 자체의 상품성뿐 아니라 기업 고객의 차량 운영을 뒷받침하는 에코시스템을 꼽았다. 송 사장은 "고객은 단순히 좋은 차를 원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비즈니스를 잘할 수 있도록 에코시스템을 갖춰주느냐를 본다"며 "다운타임 관리와 플릿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데이터 관리까지 제조사가 충분히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아는 이미 PV5를 앞세워 기업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약 4000대의 계약을 마치고 공급을 진행 중이다. 스웨덴 설비 서비스업체 브라비다에 400여대, 영국 교통약자 모빌리티 리스차량 운영 공기업 모타빌리티에 300여대, 핀란드 엘리베이터 기업 코네에 300여대를 공급한다.
PV7과 향후 출시할 PV9을 겨냥해 글로벌 대형 유통업체와도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요구하는 사양을 제품 개발 단계부터 반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송 사장은 "오래전부터 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스펙을 반영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며 "운영 물량이 워낙 크기 때문에 성사되면 (계약 규모가) 세 자릿수가 아니라 네 자릿수가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국 전기 상용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는 가격 대신 품질과 서비스망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송 사장은 "중국 차량과 가격으로 경쟁할 수는 없다"면서도 "제품 품질과 서비스 네트워크, 고객 관리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기아가 유럽에서 확보한 2500개 이상의 서비스 네트워크도 강점으로 내세웠다.
기존 유럽 업체와 비교해서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서 나오는 공간성과 상품성을 차별화 포인트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기존 업체의 상당수 전기 밴이 내연기관 차량에서 파생된 모델"이라며 "공간이나 사양 수준에서는 PV7이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상대 기아 PBV비즈니스사업부장 부사장도 보조금으로 인한 가격 인하보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전면에 내걸었다. 김 부사장은 "보조금으로 계속 끌고 가면 혁신적인 이슈나 상품성은 보이지 않고 보조금만 보이게 될 우려가 있다"며 "PV5와 PV7, PV9으로 이어지면서 기아가 얼마나 진지하게 시장 확대와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는지를 봐줬으면 한다"고 소개했다.
이날 인터뷰에 함께한 카림 하비브 기아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은 PBV의 디자인 철학을 묻는 말에 "가장 효율적인 박스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전제한 뒤 "낮은 벨트라인으로 운전자 시야를 넓히고 이를 블랙 컬러로 강조한게 디자인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기아는 PV5와 PV7에 이어 2029년에는 더 큰 차급의 PV9을 선보일 계획이다. PV9은 총중량 3.5톤과 4.25톤 두 가지 사양으로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PBV 라인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연간 25만대 규모의 PBV 판매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