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들은 매일 하는 일, 내가 만드는 제품·서비스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을 꼭 해야 합니다. 어제와 다르게 개선한 것이 하나라도 있나요?"
40여년간 롯데에서 신규 사업과 M&A(인수·합병), 해외 사업 등을 맡아 그룹의 비약적 성장과 변화를 주도한 황각규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이하 GK인사이츠) 고문이 젊은 창업가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고객이 커피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고,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상품을 개선하고,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일. 황 고문은 이런 작은 개선을 매일 쌓는 것이 기업을 오래 성장시키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황 고문(전 롯데지주 부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GK인사이츠 고문과 미래자문단의 대화'에서 대한민국 유망 스타트업 창업가들과 만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영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황 고문은 롯데에서 경험한 사업 확장과 실패, 벤처기업 멘토링 사례를 바탕으로 상품·서비스 개선부터 사업 모델 혁신, M&A(인수합병), 글로벌 진출까지 창업자들이 마주하는 과제를 짚었다.
황 고문은 마산고와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했다. 이후 황 고문은 롯데그룹 정책본부 사장, 경영혁신실장, 롯데지주 부회장을 역임했다. 굵직한 M&A를 성사시키며 내수 사업 중심이던 롯데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GK인사이츠는 머니투데이가 대한민국에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더 많이 탄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든 싱크탱크다. 미래자문단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미래의 주역이 될 젊은 창업가들로 구성돼 있다.
황 고문은 혁신을 거창한 변화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실제로 같은 이름으로 오랫동안 팔리는 상품도 고객이 알아채지 못하는 개선을 거듭한다는 것이다.
그는 클라우드 맥주를 사례로 들며 "브랜드는 똑같지만 내용물은 회사의 기술이나 고객의 취향에 맞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객이 인지할 수 없을 정도의 개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황 고문은 백화점 역시 일부 매장을 지속적으로 개편한다고 했다. 고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새로운 상품과 유행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황 고문은 "상품도 바뀌고 고객도 바뀐다"며 "고객의 변화에 맞춰 매장도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황 고문은 "여러분들은 지금 창업해서 최소한 앞으로 50년은 (사업을) 해야 한다"며 "매일매일의 조그마한 개선이 여러분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조직이 작을 때 여러분들이 습관을 고치면 조직이 여러분들의 습관에 맞게끔 따라갈 것"이라고 했다.
또 황 고문은 한 로봇 커피 스타트업에 대해 "초기에는 (커피 한 잔 제조에) 45~50초가 걸렸다. 고객 관점에서 45~50초를 기다릴 수 있느냐"며 "그 사이에 개선 노력을 해서 지금은 제조시간을 30초 정도로 줄였다"고 소개했다.
함께 개선을 이끌 사람도 필요하다고 했다. 황 고문은 "여러분들과 앞으로 10년, 20년 같이 할 한두 명은 꼭 확보해야 한다"며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부터 노력해서 사람을 확보하라"고 조언했다.
또 황 고문은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이 앞으로도 유효할지, 조직은 그 사업에 맞게 구성돼 있는지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고문은 "현재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 '이게 3년 뒤에도 돈벌이가 될까'를 한 번 더 생각해보라"며 "내가 하고 있는 사업이 제대로 가는 건지 한번 점검하라"고 말했다. 황 고문은 또 "왜 시장에서 고객들이 나를 멀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신호가 꼭 있을 것"이라며 "사업 모델을 꾸준히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인재 유치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점포 영업 조직과 연구개발 조직이 같이 있으면 평균 임금이 낮아지기 때문에 연구조직에 우수한 인력이 안온다"며 "임금 격차가 나는 두 부서를 한 조직 내에 두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인재 확보를 위한 회사의 지배구조를 바꿔서 조직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 고문은 실패에 대한 경계가 도전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신도 기업을 설립하고 인수하는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했다는 것이다. 황 고문은 "수많은 회사를 설립했고, 설립하는 과정에서 잘되지 않아 청산도 했다"며 "그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패 경험을 조직에 전파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황 고문은 "실패를 얼마만큼 빠른 시간 내에 회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회사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으로는 시의적절한 M&A를 제시했다. 필요한 기술과 인재, 고객을 모두 자체적으로 확보하려면 많은 시간이 드는 만큼 외부 역량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황 고문은 "여러분들이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다"며 "작은 회사를 M&A 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새로운 기술이나 사람, 모델을 확보하면 빠른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황 고문은 국내 시장을 넘어 성장하려면 글로벌 진출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황 고문은 "여러분들 시간의 10~20%는 꼭 글로벌 진출 준비에 써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황 고문은 또 해외 콘퍼런스와 미팅이 파트너를 찾는 자리인 동시에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점검하는 기회라고 했다. 그는 "지금 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보다 더 나은 모델을 이미 다른 나라에서 하고 있다면 여러분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해외 진출은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로 좁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황 고문은 "자기 능력에 맞지 않게 여러 나라에 진출하면 결국 전력 분산이 되니까 성공하기 쉽지 않다"며 "한 두 개 나라를 지정해서 진출해 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해외 파트너와 거래 시에는 상대 기업의 의사결정 절차와 사업 문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한 스타트업이 해외투자회사의 투자를 유치할 당시 해당 스타트업 경영진은 6개월 안에 투자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나라의 기업문화상 투자금을 받기까지는 더 오래 걸렸다고 황 고문은 설명했다.
황 고문은 "제가 최소한 1년 이상은 걸린다고 했는데 결국 15개월이 걸렸다"며 "해외 기업과 제휴하거나 사업을 확장할 때 경험이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연 후 황 고문과 미래자문단에 소속된 창업가들은 기업을 운영하며 겪은 어려움을 함께 적극적으로 논의했다.
의료 AI 기업 리소리우스의 박영민 공동창업자는 "글로벌 진출의 정확한 시기의 기준이 있는지가 궁금하다"며 "해외 시장 진출이 너무 섣부르게 진행될 경우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현실적인 방향성이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황 고문은 "유일한 답은 결국 여기 있는 창업자들의 의지라고 생각한다"며 "내부적인 역량은 사람에 관한 문제와 재무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고문은 "해외에 진출하면 거기서 5년 내지 10년을 버텨야 되는데 1~2년 만에 흑자가 날 가능성은 0.01% 미만이다. 그렇다면 5년간 들어가는 누적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며 "버틸 힘이 있다고 생각된다면 지금이라도 해외에 진출해야 한다"고 했다.
뇌 질환 영상 분석 AI솔루션 코스닥 기업인 뉴로핏의 빈준길 대표는 "매일 작은 개선을 해야 된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저희 회사에는 저 포함 5명의 부문장이 있는데 상장 1년이 지나서 상장 전 만큼 열정적인가 하는 점이 고민이 된다"며 "마인드 셋을 어떻게 변화시킬지가 궁금하다"고 했다.
황 고문은 "3~4명의 멘토와 그런 고민들을 두고 토론을 한 시간 이상 하면 아이디어,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며 "창업자 여러분들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는 풍선이 터지기 직전의 상태일텐데 멘토들이 이를 터지지 않게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상장하고 난 다음에 2단 로켓을 쏴야 성층권까지 올라간다. 여기서 멈추면 추락하는 그런 시점이어서 위험한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충격요법도 있다"고 말했다.
AX(AI 전환)와 AI 교육을 지원하는 팀스파르타의 이범규 대표는 "M&A(인수합병)를 할 때 이것만은 챙겨라 하는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며 "회사 내에서 인재를 성장시키는 방법도 궁금하다"고 했다.
황 고문은 "M&A를 할 때 처음에 목표가 있었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돈 안 되는 회사는 사면 안 되고 조금 비싸도 돈 되는 회사를 사야 한다"고 말했다. 황 고문은 "결국 사람은 일을 많이 시켜봐야 한다. 피드백이 잘 되거나 새로운 일을 발굴하거나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하는 사람을 서포트해주면 된다"고 했다.
팝업스토어 전문기업 스위트스팟 김정수 대표는 "10년 만에 흑자를 달성하는 한 해를 맞이했는데 성장이 좀 느려지고 천장이 막혀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걸 뚫고 성장할 수 있을까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황 고문은 돌파구 중 하나로 M&A를 추천하며 "투자자들에게 거꾸로 물어보고 어떤 회사를 인수하면 좋겠는지 검토하고 정보를 받고 난 다음에 새로운 고객을 향해 갈 것인지를 정하면 된다"며 "대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 황각규 고문은
마산고와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 입사했다. 롯데그룹 정책본부 국제실장과 운영실장, 경영혁신실장,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하이마트·KT렌탈·삼성정밀화학 등 굵직한 M&A와 해외 사업 확대를 주도하며 롯데그룹의 성장에 기여한 전략·M&A 전문가다. 40여 년간 쌓은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 사업 전략과 조직 운영, 글로벌 진출 등에 관한 조언을 전하고 있다.
[프로필]
△1955년 △마산고 △서울대 화학공학과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입사 △롯데그룹 정책본부 국제실장(사장)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사장)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