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머노이드 로봇이 탁구채를 휘둘러 날아오는 공을 받아친다. 맞은편에서는 두 발로 선 로봇이 축구공을 쫓아 경기장을 누빈다. 로봇들이 공을 받아치고 발을 뻗을 때마다 관람객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AI(인공지능) & 디지털 브릿지 2026' 전시장은 로봇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 휴머노이드들이 탁구를 치고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관람객들이 모여들었다.
전시장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관람객과 상호작용하는 카즈봇(QAZBOT) 로봇도 눈길을 끌었다. 이 로봇은 얼굴의 카메라로 사람을 인식한 뒤 관람객이 취한 자세를 따라 했다. 행사장 내 가장 큰 규모로 조성된 카즈봇 부스에서는 또 다른 장면이 눈에 띄었다. 대형 화면을 통해 카자흐스탄 현지에 건설 중인 로봇 생산공장 조감도와 현장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카즈봇은 휴머노이드 연구·교육부터 산업 적용까지 주도하는 카자흐스탄 로봇 기업이다.
카자흐스탄의 주요 AI 파트너는 중국임이 분명했다. 탁구과 축구 시연을 보인 기업은 유니트리, 부스터로보틱스 등 중국 기업이었다. 카즈봇 역시 최근 중국 아기봇(AGIBOT)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모델 공유, 기술 이전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아자마트 예슈무하메토프 카즈봇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현재 중국은 AI 로보틱스와 피지컬 AI 분야를 선도하는 국가"라며 "아기봇과는 데이터 수집과 AI 모델, 지식 이전까지 매우 깊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카즈봇은 중국에서 개발한 로봇을 현지 환경에 맞게 조정해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아제르바이잔, 튀르키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카자흐스탄 정부의 'AI 야심'은 분명하다. 올해를 '디지털화 및 인공지능의 해'로 선포하고 '디지털 카자흐스탄' 전략을 추진 중이다. 지난 1일 'AI & 디지털 브릿지 2026' 현장을 찾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클라우드 인프라와 컴퓨팅 파워의 선도적인 국제 허브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3년 안에 카자흐스탄을 디지털 국가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밸리'의 경우 현재 약 300메가와트(㎿)의 용량을 확보했으며 최대 1GW(기가와트)까지 확대하는 게 목표다.
외교가 관계자는 "중앙아시아 경제 전반에 중국의 영향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어서 한국 기업과의 협업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 역시 AI 관련 제조업에 '월드클래스'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에 현지 진출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카자흐스탄을 발판으로 삼는다면 중앙아시아 시장 본격 진출을 직접 겨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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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달 15일 토카예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카자흐스탄 AI 연구대학(QAIRU)과 AI 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대학 내에 '삼성 이노베이션 캠퍼스' 교육 공간을 마련하고, 삼성전자의 AI 교육과정을 대학 프로그램과 연계해 현지 학생들의 AI 역량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삼성 이노베이션 캠퍼스'는 카자흐스탄에서 2017년부터 수천명의 청년에게 기술·프로그래밍 교육을 제공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