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문해도 2031년에 받는다"…HD현대일렉, AI 붐에 변압기 품귀

박한나 기자
2026.10.30 15:26

[SEP 2026]

옥경석 HD현대일렉트릭 전력기기 해외영업담당 상무가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플러스 2026' AI골드러시-AIDC 전력계통에서 'AI 데이터센터와 변압기 수요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AI(인공지능) 붐에 가장 큰 위협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140년 된 오래된 하드웨어다."

옥경석 HD현대일렉트릭 전력기기 해외영업담당 상무는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플러스(SMART ENERGY PLUS·SEP) 2026'에서 'AI 데이터센터와 변압기 수요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 같은 문구를 소개했다. 140년 된 하드웨어는 변압기를 가리킨다.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 확충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변압기가 AI 산업 성장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변압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부족도 심화하고 있다. 옥 상무는 "우리 회사를 포함한 탑티어 업체들의 대형 변압기 리드타임은 5년 이상"이라며 "2026년에 주문한 변압기를 2031년에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데 공급 능력은 단기간에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25~2028년 미국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72GW(기가와트) 중 확보됐거나 건설 중인 전력은 25GW에 그친다. 옥 상무는 "나머지 3분의 2는 추가적인 전력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전력망 확충을 기다리는 대신 자체 발전설비를 확보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차 보급, 산업설비의 전기화,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까지 맞물리며 전력기기 공급난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옥 상무는 이 같은 시장 변화를 '뉴노멀(New Normal)'로 규정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의 전력 기기 시장 호황을 뉴노멀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과거에는 수요가 증가했다가 다시 내려오는 시장이었다면 앞으로는 수요가 한 단계 높아진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추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라고 했다. 실제 미국의 60MVA(메가볼트암페어) 이상 대형 변압기 수입액은 2022년 9억달러에서 지난해 31억달러로 3배 이상 늘었다.

HD현대일렉트릭도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전력기기 시장조사기관 골든리포트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100MVA 이상 대형 변압기 시장에서 2024년 17.2%, 지난해 25.7%의 점유율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2위인 지멘스(14.1%)와의 격차는 11.6%포인트다. 초고압 변압기와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차단기 등 송배전 설비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내부에 필요한 배전반과 전력관리 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제품 공급 범위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변압기 공급 부족은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옥 상무는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도 지금 점점 더 공급이 부족하고 있는데 부족함이 심화되고 있다"며 "유럽 시장의 변압기 납기가 과거에는 1년이었는데 지금에는 2년 내지 3년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지난해 청주 배전기기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올해 9월 울산 대형 변압기 5공장을 완공했다. 미국 앨라배마주에서도 2027년 준공을 목표로 대형 변압기 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옥 상무는 "앞으로도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면서 추가적인 생산 능력 확대를 적극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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