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치 전기 사는 빅테크…청정에너지 투자의 경제학

권다희 기자
입력 2026.11.09 05:10 수정 2026.11.09 05:10

AI와 에너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
<4>빅테크와 공급망-청정전력의 경제학
②ESS·지열까지…AI로 난도 높아진 전력 방정식

[편집자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국가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히지만, 동시에 천문학적인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 수자원 고갈을 야기하며 전 세계적인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하지만 AI 경쟁력 확보와 탄소중립은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다. AI 인프라의 글로벌 최전선인 미국과 핀란드, 싱가포르에서 빅테크와 에너지 기업, 정책 당국과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 이유다. 머니투데이는 AI 혁신과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공존하기 위한 해법을 총 5편에 걸쳐 모색해봤다.
미국 텍사스주 육상풍력 발전단지 전경. 2026년10월./사진=권다희 기자

빅테크가 청정전력을 사들이는 배경에는 탄소 감축뿐 아니라 비용과 공급을 둘러싼 계산이 있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장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면서 가격 변동 위험도 줄여야 한다. 이제는 구매량을 늘리는 데서 나아가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 전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조달 전략을 넓히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기업이 발표한 청정전력 구매계약은 발전설비 용량 기준 55.9GW(기가와트)였다. 전체 계약 규모가 전년보다 10% 줄었으나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구글·메타 등 빅테크 4곳의 비중은 49%에 달했다.

핵심 수단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이다. 기업이 통상 10~20년간 전기를 사겠다고 약속하면 개발사는 장래 판매 수입을 근거로 건설 자금을 조달한다. 구매 기업은 고정가격 계약으로 전력 가격 변동 위험을 줄여 비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개발사는 안정적인 구매처를 확보하는 구조다.

청정전력을 필요한 시간에 쓸 수 있게 하는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변화의 동력 중 하나는 탄소회계 기준이다. 국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기준인 GHG 프로토콜은 스코프2 개정 과정에서 시간대별 매칭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연간 총량뿐 아니라 시간대별 사용량까지 청정전력으로 맞춰야 한다면 재생에너지와 저장설비의 연계가 더 중요해진다.

글로벌 기업 청정전력 구매계약 체결 추이/그래픽=김현정

변화를 이끄는 더 직접적인 동력은 사업 확장의 속도다. 전력망 접속 지연이 AI 데이터센터 가동을 늦추는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데이터센터와 발전·저장설비를 함께 개발하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전력망에서 끌어다 쓰는 전력을 조절해 전력망 부담을 낮추고, 데이터센터 가동 시점을 앞당기려는 것이다.

조달 대상 에너지원도 넓어지고 있다. 지열발전 개발사 퍼보에너지가 지난 9월 미국 유타주에서 개발 중인 396MW(메가와트) 규모의 지열발전 전력을 구글에 공급하는 PPA를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구글이 검토 중인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기저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계약이다.

그러나 지열 등으로 전력 공급을 확대하려면 입지 여건과 건설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해야 한다. 당장 폭증하는 AI 전력수요 앞에서 빠르고 현실적인 선택지로 태양광·풍력·BESS의 조합이 주목받는 이유다. 태양광·풍력의 상대적으로 짧은 건설 기간을 활용하면서 저장장치로 발전량 변동을 보완하는 것이다. 게일 밀러 브룩필드 전략적 투자자 관계 총괄은 "현재의 에너지 수요는 분명히 재생에너지 수요를 늘린다"며 "더 빨리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전력망 과부하와 전기요금 인상 우려로 주민 반발이 커진 점도 빅테크가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신규 재생에너지와 저장설비 확충 비용을 부담해 청정전력 공급을 늘리는 방식은 주민들의 전기요금 부담과 환경 우려를 줄여 지역사회 수용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멜라니 나카가와 MS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는 미국 일부 지역의 데이터센터 확대 모라토리엄과 우려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월 발표한 MS의 '지역사회 우선 AI 원칙'을 소개하며 "데이터센터는 전력망에 전력을 더해야 하고 신규 설비 비용은 기업, 이 경우 MS가 부담해야 한다"며 "고객이나 소비자에게 전가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본 기획 취재는 한국기자협회와 기후미디어허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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