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에너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
<4>빅테크와 공급망-청정전력의 경제학
①빅테크가 말하는 AI 경쟁력과 청정전력의 관계

"청정전력은 더 이상 기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후 목표만큼이나 경쟁력·국가 안보·투자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만난 멜라니 나카가와 MS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는 청정에너지 확보를 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의 문제로 설명했다.
그는 "태양광과 풍력은 계획에서 가동까지 다른 어떤 발전원보다 빨리 확보할 수 있다"며 "지난 10년간 비용이 급격히 떨어져 많은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신규 전원이 되었고, 국내에서 지으면 수입 연료 의존을 줄여 에너지 안보를 높인다"고 했다.
AI(인공지능) 산업이 급격히 확장하는 시기에 청정전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건 그래서 필연적이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전력을 얼마나 빨리, 안정적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에 확보하느냐가 사업 확장 속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기후 목표 넘어 속도·가격·안보의 문제
특히 나카가와 CSO가 강조한 것은 전력 확보 속도와 경제성이다. 그는 "전력의 확보 가능성·신뢰성·가격이 새 데이터센터와 칩 공장을 어디에, 얼마나 빨리 짓는지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재생에너지는 이 시간표에 대응하는 주요 수단이다. 속도와 비용이 에너지 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현실은 개발 현장에서도 확인됐다. 하루 전 미국 워싱턴주 야키마카운티의 구스프레리 태양광발전소에서 만난 글로벌 에너지 개발사 브룩필드의 게일 밀러 전략적 투자자관계 총괄은 "(대형) 가스터빈을 확보하는 데 약 8년이 걸리지만, 태양광 패널을 확보하는 데는 12개월 미만이 걸린다"며 "태양광 시설은 부지 선정부터 전력 공급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이 12~24개월"이라 했다.
비용 경쟁력도 결정적이다. 밀러 총괄은 신규 발전설비를 짓는 경우를 기준으로 "압도적으로 가장 저렴한 방식은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저장장치를 결합한 형태"라며 "태양과 바람은 공짜이며,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공급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30년 '탄소네거티브' 목표…이미 재생에너지 40GW 계약
MS는 2030년까지 배출하는 탄소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제거하는 '탄소 네거티브' 목표를 2020년 발표했는데, 이러한 기후 목표에 경제성이라는 동력이 더해지면서 청정전력 구매와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MS는 2013년 미국 텍사스 풍력사업을 시작으로 2020년 이후 26개국에서 총 40GW(기가와트) 규모의 신규 재생에너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전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에 맞먹는 규모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연간 전력 사용량의 100%를 재생전력으로 매칭했다. 모든 사업장을 매시간 재생에너지로 가동한다는 뜻은 아니나, 연간 사용량에 상응하는 재생전력을 조달했다는 의미다.

"한국의 무탄소 전력 MS에 중요"
한국이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국가인 동시에 데이터센터 입지라는 점은 청정전력 확보가 MS와 한국 제조업체의 공동 과제가 되는 배경이다. 나카가와 CSO는 "AI가 성장할수록 칩 수요와 칩 생산에 드는 전력도 늘어난다"며 "그래서 한국의 무탄소 전력이 MS에 그토록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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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의 탄소 감축 목표에는 공급망을 포함한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기타 간접배출인 '스코프3'도 들어간다. 예컨대 MS에게 스코프3란 데이터센터 건설에 쓰이는 철강·시멘트뿐 아니라 서버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과정의 배출까지 해당한다. AI 인프라를 확장할수록 한국 공급사들이 어떤 전력으로 제품을 만드는지가 MS의 감축 목표에도 중요해지는 것이다. 나카가와 CSO는 "저희가 짓는 모든 데이터센터는 서버·메모리·연산 장치로 채워지고, 그것을 만드는 데 든 에너지가 저희 배출량에 포함돼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MS는 주요 공급사에 2030년까지 자사에 납품하는 제품·서비스 생산에 쓰는 전력을 100% 무탄소 전력으로 전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나카가와 CSO는 한국 공급사들에 해당 전력을 한국 안에서 조달하도록 요청했다며,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등 협의체를 통해 방안을 함께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과제, 청정에너지 공급의 '실행'
나카가와 CSO는 청정전력 공급 확대를 가능하게 하는 한국의 정책 변화에 기대를 나타냈다. 동시에 이를 산업이 필요로 하는 규모의 실제 사업으로 전환하는 이행이 필요한 시점으로 봤다.
이와 관련, 그는 해상풍력 보급, 전력망 확충을 위한 법률 시행, 영농형 태양광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등 한국의 정책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한국의 상황에서 대규모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능하게 하는 선택지 중 하나로 영농형 태양광을 꼽았다. 나카가와 CSO는 "농업과 전기생산을 공존하게 한다는 점에서 유망한 선택지"라며 "토지를 농업에 사용하면서 농촌 지역에 잠재적 소득원을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의 청정전력 확대 방안과 관련해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와 에너지 효율 개선의 역할도 언급했다. 저장장치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효율 개선으로 전력 시스템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은 대단하고 그에 맞춰 청정에너지 공급도 확대할 여지가 매우 크다"며 "다음 과제이자 기회는 (청정에너지 공급의) 실행"이라고 했다.
※본 기획 취재는 한국기자협회와 기후미디어허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