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과업계 '히트작'이 사라진 진짜 이유는?

엄성원 기자
2015.01.23 06:10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스타 연예인들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릴레이 인증샷은 물론 여당 대표의 군 장병 위문방문, 야당 대표 경선 공약에까지 등장할 정도다. 허니버터칩 1봉지에 다른 과자 10개를 끼워 파는 인질 상술은 물론 허니버터칩을 대신 구해준다는 신종 사기까지 나오고 있다.

제과업계는 이 같은 허니버터칩 흥행 돌풍을 한 목소리로 반긴다. 품귀를 빚을 정도의 히트작이 등장하면서 낙수효과가 짭짤하기 때문이다. 원작의 인기에 편승해 이를 본 딴 '미투(me too)상품'까지 인기를 끌고 있고, 허니버터칩을 구입하지 못해 아예 다른 과자를 구매하는 소비성향도 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과업계에는 한동안 대형 히트작이 없었다. 제과업체들로서는 오랜만에 맛보는 뜨거운 관심이다. 제과업계는 지난 10여년간 매출 부진을 떨쳐내지 못했다. 출산이 줄면서 과자의 주 소비층인 어린이들이 줄어드는 데다 해외여행이 보편화하면서 외국산 과자 수요는 한층 늘었다. 불황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간식 지출 축소도 과자 매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오죽하면 한해 목표가 현상유지라는 말이 나왔을까. 이런 상황에서 허니버터칩의 등장은 가물에 단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간만에 탄생한 허니버터칩을 반기는 제과업체들의 모습 한편에는 아쉬움도 남는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3개월 연속 편의점 스낵 판매 1위를 기록한 허니버터칩은 새해 들어 농심의 허니머스타드와 오리온 포카칩 스윗치즈에 1~2위 자리를 내줬다. 허니버터칩과 마찬가지로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을 강조한 후속 제품에 자칫 원조가 밀리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제과업계에서는 "미투 상품을 만들지 않는 것은 바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체면을 따져 손을 놓고 있기보다는 잠시 욕을 먹더라도 비슷한 상품을 내놓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이다. 여기에 과거 미투 상품이 어김없이 흥행을 거둔 선례들도 한 몫 하고 있다.

감자칩 시장 1위인 포카칩을 만드는 오리온은 빠르면 이달 중에 허니버터칩의 대항마로 '허니OO' 신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제과업계 1등인 롯데제과도 설을 전후해 달콤한 맛의 감자칩을 선보일 것이라는 후문이다. 10년 넘게 대형 히트작이 없었던 주 배경에는 "결국 인기를 끌면 우리도 베끼면 된다"는 편한 생각이 깔려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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