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방문한 경남 창원시 매일마린의 창원공장 내부는 비릿한 금속 냄새로 가득했다. 특수강과 철판이 맞닿는 순간마다 용접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고 철판이 울리는 묵직한 소리는 작업장에 낮게 퍼졌다. 공장 외부에는 대형 구조물들이 안전 구역에 정리된 채 운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제작된 구조물은 인도네시아로 운송된 뒤 추가 공정을 거쳐 태국 푸껫에서 해상 풍력 플랜트 완성체로 만들어진다. 매일마린은 이같은 플랜트 패널과 조선·특수선 구조물을 제작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한 역할을 맡고 있다. 조만간 공장과 부두를 직접 연결하는 폭 25m 규모의 출입구를 마련해 구조물 조달 효율성도 높일 계획이다.
매일마린은 출발점도 바다였다. 1992년 부산시 영도구에서 선박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선용품 업체'로 시작했다. 항만에 입항한 선박에 식자재와 소모품을 유통하는 사업이다. 정박 시간이 짧을 경우 30분 만에 선원들이 먹을 간식거리부터 선박 유지·보수에 필요한 물품까지 배에 실어야 한다.
김명진 매일마린 대표는 "고객사의 요구사항이 무엇일지 먼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그때의 네트워크와 경험이 지금 사업 확장의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도 선용품·선식품 공급은 회사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으로 현대글로비스(222,500원 ▼7,500 -3.26%)·HMM(21,100원 ▲350 +1.69%)·팬오션(5,630원 ▼40 -0.71%)·대한해운(2,765원 ▲130 +4.93%)·에버그린 등 국내외 100여개 선사에 약 1만 종류의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매일마린이 제조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 시점은 2020년 전후다. 2018년 정밀 가공 기술을 보유한 세화기계를 인수했고 2020년 원전 플랜트 제작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창원공장을 인수·합병하며 기반을 다졌다. 김 대표는 탈원전 흐름을 읽고 강점인 해양으로 눈을 돌렸고 그때부터 해상·선박 대형 구조물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사업 확장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창원공장 인수 초기에는 생산성이 떨어졌고 수주 오류 등이 겹치며 약 5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네덜란드 M사, 독일 T사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플랜트 사업과 현대중공업의 특수선 블록 제작에 참여하며 실적이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섰다.
김 대표는 "처음 하는 사업이다 보니 생산 설계와 공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현재는 수익을 내는 정상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매일마린은 연결 기준 매출 약 397억원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3년 내 매출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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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마린은 바다를 중심으로 또 다른 미래를 그리고 있다. 2023년 신소재 기업 '매일세라켐'을 설립하고 해양 산업과 방산·조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규 성장축으로 소재 사업을 점찍고 방산·조선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조선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도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한다. 중국의 공세로 일반 상선 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은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매일세라켐은 기존 소재 대비 두께와 중량을 줄이면서도 방탄·내화 성능을 갖춘 소재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김 대표는 "매일세라켐까지 주축으로 완성된다면 매일마린의 파트너사들은 소재-가공-제작-조달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산·창원·진해 등 바다를 거점으로 하는 입지를 바탕으로 '글로벌 해양 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