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서울 동대문에 사업장을 열고 도심권 유통시장에 진출한다. 롯데와 신세계가 수 십 년간 터를 닦아 온 도심 상권에 현대백화점이 도전장을 내는 것은 1971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서울 중구 을지로 6가 동대문 쇼핑몰 타운에 있는 '케레스타'(옛 거평프레야)를 임차해 시내면세점, 도심형 아울렛 등을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케레스타는 지하 6층∼지상 23층, 연면적 12만4000㎡ 규모 복합건물로 인근에 두산타워, 밀리오레, 청평화시장 등 의류 쇼핑몰이 밀집돼 있다. 이 건물은 현 소유주인 파인트리자산운영(부실채권 사모펀드)이 기존 임차인 상대로 권리관계 정리와 명도집행을 위해 2013년 시설을 폐쇄하기 전까지 쇼핑몰과 식당가, 오피스, 오피스텔, 호텔 등으로 활용됐다.
현대백화점은 의류·잡화 등을 판매하던 종전 쇼핑몰 공간(지하 1층∼지상 7층)을 임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건물 전체가 공실 상태여서 곧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데 임대료, 계약기간 등 구체적인 임대차 조건을 논의 중이다.
현대백화점이 도심 상권 진출에 나서는 것은 오는 6월에 시작되는 시내면세점 입찰 준비를 위해서다.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도심 관광상권에 사업장을 내는 것이 시내면세점 입찰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현대백화점은 서울지역 7곳(압구정동·삼성동·천호동·신촌·미아동·목동·가산동)에서 백화점과 아울렛을 운영 중이지만 도심권 사업장은 1곳도 없다. 연내 개장 예정인 송파구 문정동 아울렛 사업장도 서울 도심과는 거리가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시내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기존 점포인 삼성동 무역센터점과 신촌점 외에 추가로 동대문을 사업장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면세점 전담 법인을 설립하고 시내면세점 사업지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레스타의 입지가 워낙 좋아 시내면세점 입찰에 실패하더라도 도심형아울렛만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시내면세점 진출을 선언하기 전부터 케레스타에 눈독을 들여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면세점과 아울렛을 함께 운영하는 것이 최적의 시나리오지만, 아울렛 점포만으로도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을 거점으로 삼아온 현대백화점이 도심 상권 터줏대감인 롯데, 신세계와 격돌한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파인트리자산운용과 케레스타 쇼핑몰의 기존 임차인간 보상 갈등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가산동 'W몰' 아울렛을 운영 중인 원신월드가 지난해 파인트리자산운용과 케레스타 쇼핑몰에 대한 20년 임대계약을 맺으려다 포기한 것도 복잡한 권리관계가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