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워킹맘 조성희씨(43)는이마트에 장을 보러 갈때마다 새우볶음밥, 부대찌개, 곰탕 등 데워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 조리식품을 꼭 산다. 1∼2년전까지만해도 식재료가 떨어졌을때만 간편식을 활용했는데 요즘은 새로운 간편식 메뉴가 나올 때마다 구입해 맛 체험에 나설 정도다.
특히 이마트 식품 자체브랜드(PB)인 '피코크' 마니아가 됐다. 조씨는 "올초 피코크를 처음 접했을 때만해도 PB제품 가격치고는 좀 비싸다고 느꼈다"며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먹어본 후 이 가격은 받아야겠다고 수긍할 정도로 맛과 품질에 확실히 만족했다"고 말했다.
이마트 자체 식품브랜드 피코크의 인기가 뜨겁다. 일반 브랜드 상품에 비해 가격이 싼 기존 대형마트 PB 상품과 달리 '최고급 식재료', '집밥 이상의 맛' 등 프리미엄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통하고 있는 것이다.
10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 1분기 가정간편식(HMR)과 가공식품을 아우른 '피코크' 브랜드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8.7% 증가했다. 1분기 이마트 전체 매출(기존점 기준)이 1.4% 늘어나는데 그친 것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성장세다.
◇간편식의 진화, 이마트 '피코크'…"PB 맛없다" 편견 깼다=이마트는 점점 커지는 프리미엄 식품 시장을 잡으려고 지난 2013년말 피코크를 론칭했다, '이마트', '베스트', '세이브' 등 기존 자체 브랜드가 있었지만 차별성없는 보통명사로는 소비자들에게 각인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피코크는 원래 1970∼1980년대 신세계백화점을 대표하던 자체 의류브랜드였지만 30여년만에 이마트 식품 브랜드로 부활했다.
값싼 인스턴트 식품이 장악하던 HMR 시장에서 피코크는 단연 이슈였다. 론칭 초기에 "비싸다"는 가격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피코크를 접한 고객들 사이에서 "맛있다", "(기존 PB나 간편식과)다르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피코크가 자리를 잡으면서 "PB 상품은 저렴할 뿐 맛을 기대할 수 없다"는 편견도 무너졌다. 실제 이마트 피코크 브랜드 상품 400여개 상품 중 120여개가 지난해 동일 제품군 매출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특히 국·찌개·카레 등 식사류부터 장조림·멸치조림·깻임무침 등 각종 반찬류, 순대·동태전·잡채·불족발 등 먹거리까지 기존 간편식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메뉴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삼원가든 갈비탕', '대구 송림동태탕', '송추가마골 고추장불고기' 등 전국 맛집 상품을 간편식으로 선보인 것도 인기 요인이 됐다. 이마트의 가정간편식 매출은 피코크 론칭 전인 2012년 1525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000억원을 넘어섰다.
◇"한국판 커클랜드로 키운다"…피코크 사업 확장 '왜'=이마트는 최근 간편식 뿐 아니라 참기름·고추장·된장 등 양념은 물론 감자칩·팝콘·탄산수 등 가공식품까지 피코크 영역을 넓히고 있다. HMR과 가공식품을 더한 피코크 상품수는 5월 현재 500여개다. 올 연말에는 900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이마트는 향후 피코크를 식품에서 일반상품으로 확장해 미국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의 대표 PB '커클랜드'와 같은 통합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커클랜드의 브랜드 가치는 약 7조3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이는 코스트코 전체 브랜드 가치의 70% 수준이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지난해 당초 식품본부에 있던 피코크팀을 독립 부서로 분리했다. 준임원급인 '수석'을 실무 책임자로 배치해 피코크 사업에 무게를 실었다. 현재 이마트 피코크 제품의 30% 정도를 제조하고 있는 신세계푸드는 제품 생산 확대를 위해 오는 8월까지 충북 음성에 '제2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마트가 피코크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1∼2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와 장기 불황으로 소비시장 트렌드가 바뀌고 있어서다. 이마트 관계자는 "합리적인 소비가 대세가 되면서 PB도 가격 뿐 아니라 품질까지 담보해야 한다"며 "이마트는 물론 신세계백화점과 위드미편의점 등 그룹 계열 유통채널을 적극 활용해 피코크를 한국 대표 PB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중소업체와 상생하는 성공 모델이라는 점도 이마트가 피코크에 힘을 싣는 이유다. 현재 이마트 피코크 제품 가운데 중소기업 협력제품 비중은 70%에 달하는데 매출 성장폭이 커 대기업 일변도였던 식품·식자재 시장에서 중소기업 판로를 확대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