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된 가운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롯데정책본부 지척에 사무실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신동빈 롯데 회장 코 앞에서 반격의 칼을 갈고 있는 셈이다.
11일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일 SDJ코퍼레이션 설립 등기를 했다. SDJ코퍼레이션의 정식 명칭은 주식회사 에스디제이(영문명 SDJ Corporation)로, SDJ는 자신의 이름 약자를 땄다. 등기 등재일자는 6일로, 신 전 부회장은 이후 이틀만에 기자간담회를 열며 회사 설립부터 소송, 기자회견까지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SDJ코퍼레이션 위치는 서울 종로구 종로33 그랑서울 16층이다. 한국 롯데의 중추, 롯데정책본부가 위치한 롯데백화점에서 불과 800m 떨어져있다. 도보로 10분 거리, 또다시 신동빈 회장 코 앞에서 거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올초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된 직후 롯데홀딩스 인근 도쿄오페라시티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했던 것과 비슷하다.
이 회사 자본금은 1억원으로 발행주식수는 2만주다. 발행할 주식 총수는 4만주다. 사내이사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이름만이 올라있고 감사에 김수창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가 등록돼 있다.
목적사업에는 전자제품 및 생활용품 무역업 및 도소매업을 적었다. 또 이 사업을 달성하고 계속하는 데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업활동을 하겠다고도 밝혔다. 롯데그룹 핵심사업인 유통과 유사한 생활용품 도소매업 등을 목적사업에 걸어놓고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라면 소송 등 관련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고 명시한 셈이다.
실제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이 한·일 롯데 양쪽의 등기이사에서 해임된 것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리아와 롯데건설, 롯데알미늄에 이어 지난 9월 호텔롯데 등기이사직에서조차 해임돼 한국 롯데의 모든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았다. 지난해 말에는 일본 롯데의 모든 이사직에서 해임됐다.
SDJ코퍼레이션은 이중 한국 부문 소송을 담당한다. 한국에서는 호텔롯데와 롯데호텔부산에 대한 이사해임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롯데쇼핑에 대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이 진행 중이다. SDJ코퍼레이션 감사인 김수창 변호사는 "신동빈 회장이 룰을 깼기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이 직접 한국 법인을 세웠다"며 "신 전 부회장이 단독 이사로 취임했고 앞으로 한국 활동지원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급하게 법인을 세운 흔적은 곳곳에 남아있다. SDJ코퍼레이션이 들어설 사무실은 공사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입주회사 안내문에도 SDJ코퍼레이션은 없었다. 사무실이 들어설 그랑서울 타워1 경비원들 역시 SDJ코퍼레이션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그랑서울 임대담당자는 "처음에 SDJ코퍼레이션이 어떤 회사인지 몰랐는데 뉴스 보고 알았다"며 "계약 전반에 대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한편 롯데그룹 측은 신 전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코 앞에 사무실을 세우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는 이미 다 예상했던 내용"이라며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은 상법상 적법하게 결정된 사안인만큼 소송이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