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이제 오픈마켓 업체? 산업부의 고민

진상현 기자
2017.02.06 04:55

[18년차 기자의 초보 유통이야기]

[편집자주]  "뭐가 뭔지 잘 적응이 안되네요." "오히려 그럴 때 신선한 기사가 나오는 거야." 인사 때면 언론사 편집국에선 이런 대화가 오갑니다. 경제지 기자 18년 만에 처음으로 유통 분야를 맡았습니다. 아직 익숙해지기 전 내친 김에 유통산업분야의 다양한 얘깃거리들을 고정코너를 통해 전달해보려 합니다. 이러다 또 압니까. 정말 참신하고 재밌는 기사가 나올지.

지난 2일 소셜커머스 업계 1위 쿠팡이 소셜커머스 완전 철수를 선언하면서 유통산업을 관할하는 산업통상자원부에는 숙제가 하나 생겼다. 매월 발표하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자료에서 쿠팡의 분류를 조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주요 유통업체 각각 13개사씩을 업태별로 나누고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과 증감률 등을 분석한 자료를 매월 내고 있다. 이는 유통산업의 시장 변화 흐름을 파악하는데 활용된다. 온라인 업체들은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종합유통몰 등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진다.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11번가, 인터파크 등 3개사는 오픈마켓으로, 쿠팡, 티몬, 위메프 등 3개사는 소셜커머스로, 이마트, 신세계, AK몰, 홈플러스, 갤러리아몰, 롯데닷컴, 롯데마트몰 등 7개사는 종합유통몰로 분류돼 있다. 온·오프리인을 합친 26개사 매출 합계를 기준으로 했을 때 비중은 온라인 전체가 32.4%, 이중 오픈마켓이 20,5%, 소셜커머스가 8.2%, 종합유통몰이 3.7%였다.

쿠팡이 소셜커머스를 완전히 접는다고 밝혔으니 이 분류 내에서 다른 카테고리로 옮기면 된다. 그런데 업태 구분이 쉽지 않다.

소셜커머스 업체 등장 초기만 해도 온라인쇼핑 업체들의 판매 방식은 뚜렷하게 구분됐다. '공동 구매' 서비스로 출발한 소셜커머스 업체는 법률상 통신판매업자로 등록돼 최종 판매 책임을 진다. 그래서 담당 MD(상품기획자)들이 상품을 선별하고 큐레이션(선별·편집 판매)해 고객에게 특정 상품을 직접 제안한다. 이에 반해 G마켓,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 업체는 통신판매중개업자다. 온라인상에서 제품을 팔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주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가다보니 판매 방식이 유사해졌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늘어난 고객 수요에 맞춰 판매 제품을 늘리다 보니 오픈마켓 방식을 들여오게 됐고, 오픈마켓 업체들은 소셜커머스의 장점인 큐레이션 서비스를 받아들였다. G마켓의 '슈퍼딜', 옥션의 '올킬' 11번가의 '쇼킹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 소셜 커머스 업체들은 오프매장 매장과 연계된 종합유통몰 처럼 직매입 상품 판매 비중도 크게 늘렸다.

쿠팡이 지난 2일 완전 철수를 선언하기 전 소셜커머스 서비스 부문의 비중은 전체 매출의 0.2%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매출은 로켓배송으로 잘 알려진 직접 판매 상품(리테일)과 오픈마켓에서 발생한다. 이미 소셜커머스 업체로 보기 힘들었던 셈이다.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인 티몬과 위메프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정이 비슷하다.

산업부는 쿠팡이 소셜커머스 철수를 공식 선언한 만큼 업태 분류 조정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소셜커머스에서 빼더라도 오픈마켓으로 분류할지, 종합유통몰로 분류할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테일 서비스는 판매량이 매출로 잡히고, 오픈마켓은 판매 금액이 아닌 수수료가 매출로 잡힌다"면서 "쿠팡이 어느 카테고리에 들어가더라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참에 산업부의 통계 기준을 기업별로 합산하는 방식이 아닌 판매 형태별 합산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사 대상 온라인유통업체들의 매출을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리테일 등 판매 방식별로 집계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어떤 비즈니스가 뜨고 지는지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계 기준은 통계청 등 다른 정부 부처와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산업부 혼자 바꾸기는 쉽지는 않다"면서도 "더 나은 방안이나 아이디어가 있으면 적극 검토를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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