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게 없네" AI·구제역에 식탁물가 비상

김소연 기자
2017.02.14 04:50

올초부터 소비자 민감도 높은 채소·계란·닭고기 가격 급등…소비심리 급랭할까 우려

구제역백신

#이정(34)씨는 요새 대형마트를 갈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AI(조류인플루엔자)에 계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좋아하던 계란을 줄였는데 이제는 구제역 때문에 가끔씩 즐기던 한우도 먹지 못하게 됐다. 할 수 없이 수산물이나 돼지고기 정육코너로 자리를 옮겨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씨 같은 주부들이 몰려서인지 진열장 곳곳이 비어 있고 가격도 비쌌다. 이씨는 "올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물가가 올라서 마트 한 번 올 때마다 10만원을 우습게 쓴다"며 "삼겹살이 100g에 3000원 가까이 해서 지난번엔 싼 앞다리살을 사먹었는데 물가가 계속 치솟아 마트 오기가 무섭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말부터 식탁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0%였지만 야채, 계란, 닭고기, 돼지고기 등 실생활에서 접하는 식탁물가가 모두 오른 탓에 소비자들의 체감 상승률은 훨씬 크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계란 한판(특란,30개) 소매가격은 7945원이었다. 한달 전 9512원까지 치솟았던 것에서 17% 하락했지만 1년전(5515원)보다는 여전히 40% 이상 비싸다.

최근 닭고기 가격도 공급량이 급감하면서 오름세다. 이날 닭고기(도계) 1kg 소매가격은 5475원으로 한달 전보다 8% 올랐다. AI 확산을 막기 위해 종계(씨닭)를 매몰 처분하고 병아리 공급을 차단했던 여파가 한달여가 흐른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기존에 유통되던 한우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이날 한우등심(1등급,100g) 가격은 7888원으로 일주일 전(7591원)보다 4% 올랐다. 강원도 강릉과 전남 순천 등에서는 899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한우불고기(1등급, 100g) 역시 4580원으로 같은 기간 2% 소폭 상승했다. 최근 5개연도 평균 대비로는 32% 오른 수준이다.

구제역 대체재로 떠오르면서 수요가 늘어난 수산물도 가격이 오름세다. 국민생선으로 불리는 고등어(중품) 한 마리 소매가는 3020원으로 한달 전보다 8% 뛰었다. 갈치와 물오징어도 같은 기간 1마리 당 1만1733원, 3313원으로 각각 11%, 6% 올랐다. 이밖에 이미 한차례 가격 파동을 겪었던 배추를 비롯, 마늘과 양파 등 야채류도 1~17% 상승했다.

이처럼 소비자가 물가 상승을 체감하는 식탁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유통, 제조업체들과 농가들의 걱정이 한층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불황 속 소비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지나친 물가 상승이 소비 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이마트에서 2월 둘째주(6~11일) 한우 매출은 전주(1월30~2월4일) 대비 7.9%, 우유는 9.1% 각각 줄었다.

이에 관련업계는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소불고기가 주요 메뉴인 외식업체 불고기브라더스가 인기 메뉴를 최대 50% 할인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당장 우유 소비가 구제역 직격타를 맞을 수 있는 롯데푸드 파스퇴르나 매일유업 등 유업계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거래 농가가 구제역 발생지역과 멀어 상관이 없지만 농가의 방역을 강화하고 백신 접종여부를 재차 확인했다"며 "큰 영향은 아직 없지만 소비자들 우려가 크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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