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분자 남자한테 참 좋은데~" 그럼 여자한테는?

정혜윤 기자
2019.03.31 15:33

[정혜윤의 먹부림]식품 속 스며든 성 고정관념, 복분자 남성·석류는 여성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서울 광화문 한 한방찻집에서 마신 복분자차

#. 오랜만에 커피가 아닌 한방차를 마시고 싶다는 친구의 제안에 한방찻집에 갔다. 남성인 친구는 "여기 복분자차가 진하고 진짜 맛있어 한 번 먹어보라"며 다른 남성 친구에게 복분자차를 제안했다. 평소 복분자주를 좋아했던 나(여성) 역시 큰 고민 없이 "그럼 나도 복분자차"라고 외쳤다. 그런데 순간 친구가 "진짜 먹으려고?"라며 몇 번을 되물었다. 순간 "왜 나는 복분자 먹으면 안 되느냐"며 울컥했다. "아니 복분자는 남자한테 좋은건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복분자는 뒤집힐 복(覆)+동이(질그릇) 분(盆)+아들 자(子)로, 복분자를 먹고 요강을 엎었다는 데에서 유래한다. 어느 금슬 좋은 노부부가 봄날 산에 나물을 캐러 갔다 산딸기를 발견해 따먹었다. 얼마 후 할아버지는 소변 볼 때 요강이 엎어질 정도로 줄기 힘이 강해졌고, 할머니는 아들을 낳았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남성 스태미나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졌다.

복분자에 대한 성 고정관념 때문인지, 찻집에도 차의 효능을 설명하는 안내판에 "복분자차는 남성의 스태미너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부분을 강조한다. 물론 "콩팥과 생식의 기능을 북돋아주기 때문에 여성에게도 아주 좋으며 피부와 살결을 부드럽고 아릅답게 한다"는 설명도 있다.

복분자차는 포도주스보다 짙은 검붉은색으로, 달달하면서도 시큼한 맛이 잘 어우러졌다. 복분자 열매가 가득 담겨 있어 진한 향이 우러났다. 복분자는 원래 오도독한 씹는 맛이 있는데, 차를 마신 뒤 먹었던 복분자 알갱이는 부드럽게 넘어갔다.

전북대와 원광대 연구팀이 진행한 복분자의 성 기능 장애 개선 효과 실험 결과, 복분자 추출물을 투여한 수컷 쥐에게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약 16배, 암컷 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약 5배 이상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결론적으로 남녀 모두에게 좋은 음식이란 얘기다. 실제 복분자로 만든 복분자주는 해외에서도 인기여서 20여개국에 수출되는데 국내외에서 여성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반면 석류는 일반적으로 여성에게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있다. 석류는 갱년기에 좋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풍부해, 여성을 위한 과일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롯데칠성음료는 2006년 아예 제품명에 석류와 여성을 연결한 주스를 출시해 돌풍을 일으켰다.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는 당시 영화 '왕의 남자'에서 중성적인 매력으로 인기를 끌었던 배우 이준기를 광고에 활용해 판매 한달여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석류는 남성의 전립선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에는 석류가 남성 기능을 도와준다고 적혔고, 미국 암학회의 임상암연구지에도 석류 원액을 꾸준히 섭취한 남성들을 연구했을 때 전립선암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됐다.

식품업계에서 이 같이 남녀를 구별짓거나 제품명 혹은 광고에 부각시키는 게 타깃층을 분명히하려는 마케팅 전략이지만 그릇된 성인식을 각인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2018년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보고서'를 통해 "광고, 마케팅 속에서 짧게 스쳐지나가는 장면들 속에서 발견되는 단편적이고 압축된 현실은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고 현실 속에 스며드는데,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성차별적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