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행하는 페트병 패션, 진정한 '친환경'으로 거듭나려면

오정은 기자
2021.12.24 06:00
재활용을 위해 수거된 투명 페트병 이미지/사진=뉴스1

'윤리적인 패션'을 지향하는 글로벌 비정부기구(NGO) 리드레스에 따르면 청바지 한 벌을 생산하는데 물 3625리터, 화학약품 3㎏, 전기 400미리 줄(J), 경작지 13㎡의 자원이 필요하다. 오늘날의 패션산업은 생산부터 판매, 구매, 관리,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석유산업에 버금가는 공해산업으로 손꼽힌다.

코로나19(COVID-19) 확산과 기후변화 가속화로 글로벌 패션업계는 '지속가능한 패션'을 고민하고 있다. 패션산업은 원단과 옷을 생산하면서 대규모 천연자원을 남용할 뿐 아니라 물을 오염시키고 이산화탄소를 배출시켜서다.

특히 환경에 대한 인식이 투철한 MZ세대가 패션업계의 핵심 소비자로 부상하면서 수많은 패션 브랜드가 '친환경·재활용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인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한 원사로 제작한 '페트병 재활용 의류'다.

페트병 재활용 원단은 투명 페트병을 수거·세척한 뒤 잘게 부수고 녹여, 압출 및 방사를 통해 만들어진다. 노스페이스, 블랙야크를 비롯해 국내외 다수 브랜드가 투명 페트병을 수거해 재활용하는데 앞장서고 있으며 이제 페트병 재활용 의류는 친환경 패션의 대명사가 됐다. 패션업계가 투명 페트병 재활용에 기여하고 자원을 절약한다는 점에서 '페트병 패션'은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재활용(Re-Cycling)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자면 패션업계는 페트병이 아닌 '버려진 옷'을 재활용해 새 옷으로 만드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투명 페트병은 분리 배출과 수거만 잘 하면 순도 높고 투명도가 균일한 고품질 소재를 만들 수 있어 재활용이 쉬운 소재로 꼽힌다. 반면 폐의류를 재활용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 하지만 패스트 패션의 시대, 넘쳐나는 폐 의류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것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추구하는 패션기업이라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한철 입고 버려도 되는 저품질 옷들은 1년만 지나면 고스란히 쓰레기가 된다. 페트병 재활용 의류가 각광받지만 페트병 패션은 결국 1회 더 재활용될 뿐 다시 폐기물이 되고 만다. 패션업계는 '페트병 패션'에 안주하지 않고 폐 의류를 고부가가치 의류로 재활용하고, 또 재활용하는 '무한 원형적 선순환'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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