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비용이 오른 상태에서 정부는 물가 올랐다고 주세를 더 올리면서 가격 인상은 자제하라고 합니다. 업체 입장에서 불합리한 얘기예요."
연초부터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6% 뛰며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달에도 물가 상승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달 CJ제일제당과 대상이 고추장·된장 등 장류 가격을 올렸고 파리바게뜨와 맘스터치, 커피빈코리아 등 프랜차이즈사들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뚜레쥬르, 맥도날드, 폴바셋 등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오는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연장을 검토하는 등 물가 안정 조치에 힘쓸 계획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4일 "생활물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농축수산물 주요 품목의 수급을 관리할 것"이라며 "가격 인상 시기의 연기·분산 유도, 유통구조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세를 보면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에 의구심이 든다. 정부는 2020년부터 맥주·막걸리에 붙는 주세를 종량세(무게·농도 기준)로 바꾸면서 물가연동제를 도입했다. 매년 직전 연도 12월31일 기준 세율에 '소비자물가 상승률+1'을 곱해 세율을 정한다. 물가 상승률이 높을수록 세금이 늘어난다. 올해는 10년 만에 최고치인 소비자물가 상승률 2.5%를 적용해 오는 4월부터 맥주와 막걸리 주세를 각각 2.49%, 2.38% 올리기로 했다.
주류업체들은 세금 인상분을 반영해 가격을 올린다. 올해는 국제적 곡물가 상승과 물류비 인상 등으로 세금 인상폭보다 가격 인상폭이 더 클 전망이다. 정부가 업체들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한다지만 코로나19(COVID-19)로 유흥시장이 침체된 데다 수익성이 악화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얘기다. 이는 음식점 등의 술값 인상으로 이어진다. 병맥주 1병당 가격이 현재 평균 5000원에서 6000원까지 뛸 수도 있다. 정부가 고물가에 연동해 세금을 올리면서 고물가를 더 부추긴 꼴이 됐다.
업계는 △매년이 아닌 수년 단위의 주세 조정과 △소비자·업계·정부 관계자로 구성된 주세 협의체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매년 올리기보다 유연하게 주세를 책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귀담아 들을만한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