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억 위약금에도… 공항서 '免' 뺐다

유엄식 기자
2025.10.31 04:16

신라 이어 신세계도 '철수'
임대료 현 상황 유지땐… 누적손실 '兆단위' 예상
연내 '재입찰' 진행 전망… 최저 입찰금 하향 '촉각'

신세계면세점이 30일 1900억원대 위약금을 감내하고 인천공항 면세점 DF2구역 사업권을 반납한 것은 높은 임대료 부담에 발목이 잡혀 더이상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단 이유에서다.

신세계 관계자는 "고환율과 경기둔화, 주고객의 구매력 감소 및 소비패턴 변화 등 면세시장에 부정적인 환경이 지속됐다"며 "객단가 상승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인천공항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사업권 포기 배경을 설명했다.

면세업계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인천공항 면세구역 중 DF2구역과 함께 입지가 가장 좋고 매출이 큰 '알짜' 사업장으로 꼽히는 DF1구역 사업자였던 호텔신라도 지난달 18일 전격적으로 영업중단을 결정하고 사업권을 반납했다.

호텔신라에 이어 신세계면세점까지 영업중단 '초강수'를 둔 이유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와 임대료 조정협상에 실패한 게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양사는 지난 8월 DF1·2구역 임대료를 40% 인하해달라며 인천지방법원에 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인천지법은 지난달 초 임대료를 25% 인하하라는 강제조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인국공 측은 "배임행위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DF1·2구역을 운영하면서 매월 80억~90억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인천공항 임대료 조정감정을 맡은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현 임대료 수준을 유지하고 2033년까지 영업을 지속하면 DF1구역은 9967억원, DF2구역은 1조161억원의 누적손실이 예상된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 모습. /인천공항=뉴시스

이번 결정은 이같은 최악의 상황을 맞기보단 1900억원대 위약금을 부담하고 조기에 사업권을 반납하는 게 낫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면세사업권 입찰 당시 인국공은 DF1·2구역의 최저입찰금액을 각각 1인당 5346원, 1인당 5617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업체간 경쟁이 과열되고 자금력을 갖춘 중국 국영면세점그룹(CDFG)도 입찰에 참여한단 소식이 알려지자 입찰금액이 치솟았다. 결과적으로 신라면세점은 최저 입찰금액보다 68% 높은 1인당 8987원, 신세계면세점은 61% 높은 1인당 9020원에 낙찰받았다.

DF1(면적 4258㎡)과 DF2(4709㎡) 구역에선 화장품과 향수, 주류·담배 등을 판매할 수 있다. 이들 품목은 국내외 여행객 수요가 많아 '면세점의 꽃'으로 불리는 인기품목이지만 최근 고환율과 소비 트렌드 변화로 매출규모가 상당 기간 정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가 내놓은 사업권은 조만간 새 주인을 찾게 될 전망이다. 인국공은 연내 DF1·2구역의 면세사업권 재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안팎에선 침체한 면세업계 현실을 반영해 인국공이 최저 입찰금액을 예전보다 낮출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인천공항 DF1·2구역 사업권 재입찰에 롯데쇼핑·현대백화점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CDFG도 2023년처럼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적정임대료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사업권을 포기한 호텔신라와 신세계면세점까지 재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23년 입찰 때도 DF1·2구역은 1인당 6000원대가 적정임대료란 의견이 많았고 이 정도 수준이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면서 "최저 입찰금액을 하향조정하면 경쟁입찰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CDFG를 신규사업자로 선택하면 외화획득을 위한 면세사업권 특허를 외국계 자본에 내준단 점에서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은 데다 국내고객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 정성적 평가에도 취약해 신규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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