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조 시장" 태국 뷰티, 놀라운 성장…'코스맥스' 웃는 이유

방콕(태국)=하수민 기자
2025.11.10 07:00

[K웨이브 올라탄 K이니셔티브 현장을 가다]<5-K뷰티 대장정>코스맥스

[편집자주]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재도약과 도태의 갈림길에 섰다. 'K웨이브'로 달궈진 'K산업'의 성장엔진이 식기 전에 글로벌 영토 확장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전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푸드·리테일·패션·뷰티' 등을 중심으로 'K이니셔티브'를 실현하고 있는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장을 집중 조명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동남아 뷰티 트랜드 주도하는 태국"…그 뒤엔 ' K뷰티'가 있었다

태국 뷰티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지난달 28일 태국 방콕의 대형 쇼핑몰 안 화장품 편집숍에서 태국 10대들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하수민기자

태국이 동남아시아 지역 뷰티 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약 10조원 규모의 화장품 시장은 이미 동남아 최대 수준으로 커졌고, 성장세도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브랜드 일색이던 관련 소비 시장도 로컬 브랜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실제로 수도인 방콕 도심 곳곳에선 '이브앤보이(EVE & BOY)'와 '뷰티리움(Beautyrium)' 같은 로컬 편집숍이 젊은 세대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매장 진열대에도 로레알·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브랜드와 함께 '4U2', 'SRICHAND', 'MISTINE' 같은 태국 브랜드가 나란히 자리리를 꿰차고 있다. 과거 수입 브랜드가 주류를 이뤄졌던 태국 화장품 시장은 로컬 브랜드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현지에선 이같은 변화를 'T뷰티(Tailand Beauty)'로 명명한다. K뷰티와 J뷰티(Japanese Beauty)가 닦은 아시아 뷰티 트렌드의 연장선 위에서 태국 감성과 현지 소비문화를 반영해 발전한 새로운 조류다. 업계 관계자는 "태국은 동남아 전역에서 화장품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뀌었다"며 "한류 콘텐츠의 영향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확산이 맞물리며 태국 브랜드의 감각과 기술이 동시에 성장했다"고 전했다.

제조 인프라 확충은 T뷰티 성장의 또 다른 축이다.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게 K뷰티를 이끌고 있는 글로벌 화장품 ODM(연구·개발·생산) 기업 '코스맥스'다. 2017년 설립된 태국 법인은 로컬 브랜드들의 주요 생산기지로 자리 잡으며 'K뷰티 제조력'을 이식하고 있다. 제형 개발을 비롯해 품질관리 시스템, 생산 효율화 기술을 모두 현지화하며 K뷰티의 생산 노하우를 태국 시장으로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K뷰티의 제조 기술이 태국 로컬 브랜드의 성장을 가속했다"며 "T뷰티의 성장은 사실상 코스맥스 같은 제조 파트너들의 지원 위에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태국 방콕의 대형 쇼핑몰 화장품 편집숍에 있는 K뷰티존. /사진=하수민기자

유통 채널의 다변화도 T뷰티의 든든한 조력자다. 'EVE & BOY'·'Beautyrium' 같은 편집형 매장이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급성장했고, SNS·쇼피(Shopee)·라자다(Lazada)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채널도 연계되면서 제품 유통 주기가 압도적으로 빨라졌다. 특히 태국만의 독특한 '스파우트 파우치(spout pouch·한 손 크기 화장품)' 포맷이 시장 파이를 급속하게 키우고 있다. 소용량 파우치형 화장품은 세븐일레븐을 비롯한 편의점 채널을 통해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면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이 '한 손 크기 화장품' 포맷은 태국의 소득 구조와 소비 패턴을 정확히 겨냥하며 시장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브랜드 입장에선 초기 생산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ODM 기업도 다품종소량생산 기술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시장 수요에 맞춰 코스맥스는 충진·제형 안정화 기술을 차별화하며 파우치형 제품군의 생산 역량을 키워 동남아 시장 내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태국 방콕의 대형 쇼핑몰 화장품 편집숍에 있는 스파우트 존 /사진=하수민기자

태국에 K뷰티 DNA를..T뷰티 심장 코스맥스 방콕 공장 가보니[르포]

◇코스맥스①연간 2.3억개 화장품 생산

지난달 27일 방문한 코스맥스 태국 법인 공장 내 스파우트 파우치 공정 라인.

태국 방콕 도심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약 한 시간을 달려가면 나오는 '사뭇쁘라깐(Samut Prakan) 방푸 산업단지'. 입구에 들어서니 저 멀리 회색 공장지대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코스맥스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2017년 설립된 후 이듬해 10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코스맥스 태국 법인 공장의 모습이다. 단정하고 조용한 외관과 달리 내부로 발길을 옮기자 분주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방문 인사처럼 느껴졌다. 몇걸음 내딛자 쏟아지는 기계음과 화장품 원료 냄새가 현장을 채웠다. 믹싱기와 충진기, 포장기가 끊임없이 돌아가며 기초화장품, 색조화장품 등이 쉴 새 없이 생산되고 있는 현장이었다.

라인 한쪽에선 '스파우트 파우치(spout pouch·한 손 크기 화장품)' 형태의 제품들에 대한 포장이 재빠르게 이뤄지고 있었다. 태국 화장품 시장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포맷이다.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유통망부터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소용량으로 판매되는 '스파우트 파우치'는 조금씩, 다양하게 소비하려는 태국식 구매 패턴에 맞춰 진화했다. 현재는 스킨케어부터 선크림, 파운데이션까지 거의 모든 품목이 파우치로 출시되고 있다.

이같이 글로벌 브랜드가 장악하던 옛날과 달리 태국 현지 소비자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자국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커졌고, 코스맥스의 기술력이 그 중심을 파고들었다. 코스맥스 태국 법인은 지난해 기준 435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했다. 2018년 이후 6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 2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방문한 코스맥스 태국 법인 공장 내 스파우트 파우치 공정 라인.

코스맥스 공장은 단순히 생산만 하지 않는다. 품질관리와 제형 연구, 충진 테스트, 포장 개발까지 모든 프로세스가 한국 본사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연동돼있다. 생산라인 한쪽엔 'QC 라인'이 따로 운영되고, 매일 색상·점도·안정성 검사도 반복된다. 제품의 온도 변화나 점도 차이에 따라 자동 경보가 울리는 설비가 적용돼있고, 현지 직원들이 태블릿으로 해당 데이터를 실시간 점검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태국 법인 인력은 현재 300여명에 달했다. 생산·품질·연구 인력 모두 현지인이 주축이지만, 관리 체계의 경우 본사 수준으로 표준화했단게 코스맥스측 설명이다.

방콕 도심엔 또다른 코스맥스 거점인 '뷰티 게이트(Beauty Gate)'가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이 사무실은 단순한 영업 공간이 아니라, 파트너 브랜드와 공동으로 제품 콘셉트를 기획하고 샘플링을 진행하는 협업 허브다. 화이트 톤 인테리어 안에 미니 연구실과 샘플 쇼룸이 조성돼있고, 로컬 브랜드들이 자유롭게 방문해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공장이 '생산의 심장'이라면, 뷰티 게이트는 '브랜드와의 연결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기획 단계부터 현지 브랜드 감성과 K뷰티 기술력을 맞춰 나가면서 개발 속도와 완성도를 함께 끌어올리는 구조다.

태국 방콕 도심에 위치한 코스맥스 태국 법인 뷰티게이트 사무실 내 연구실.

이로 인해 태국 뷰티 시장도 점점 더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태국 소비자의 스킨케어 루틴을 반영한 저자극 제품, 식물성 원료 중심의 '클린 뷰티' 라인, 남성 전용 제품 등이 이전에 없던 카테고리가 속속 추가되고 있다. ODM의 지원을 받고 있는 로컬 브랜드들은 한층 세련된 제형과 포장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브랜드와의 격차를 단계적으로 좁혀가고 있다. 이에 코스맥스는 연구개발(R&D) 인력을 확충하고, 색조·선케어 등 신규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내년 방콕 인근 지역에 새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생산 능력을 기존보다 2배 늘리고, 물류 효율과 고객 대응 속도를 끌어올리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이를 바탕으로 코스맥스 태국 법인은 연간 화장품 생산량을 지금과 비교해 약 3배 늘린 2억3000만개로 잡았다.

2026년 하반기 가동 예정인 코스맥스 태국 법인 신공장.

동남아서 존재감 키우는 T뷰티.."로컬 브랜드 성장 뒤엔 코스맥스"[인터뷰]

코스맥스②강민구 태국 법인 법인장

강민구 코스맥스 태국 법인장.

태국이 10조원 규모로 커진 시장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뷰티산업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로레알·에스티로더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했지만 최근 들어선 미스틴(MISTINE)과 시리찬드(SRICHAND) 등 로컬 브랜드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다. 여기에 '이브앤보이(EVE & BOY)'와 '뷰티리움(Beautyrium)' 등 현지 편집형 매장이 인기를 끌면서 업계 유통 판도까지 재편되고 있다.

로컬 브랜드들이 하나 둘 성공하면서 제품 기획과 생산을 뒷받침할 제조 파트너의 역할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코스맥스는 이런 흐름의 대표적 수혜주로 떠올랐다. 실제로 태국 법인은 설립 이후 불과 6년만에 매출이 4배 뛰었다. 올해 매출도 약 8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강민구 코스맥스 태국 법인장은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가장 전략적인 거점"이라며 "인구 7000만명의 내수시장, 제조 인프라, 물류 접근성까지 삼박자를 갖춘게 태국"이라고 강조했다.

코스맥스 태국 법인 매출, 순이익/그래픽=최헌정

태국은 이미 다수의 현지 ODM 기업이 자리잡은 성숙한 시장이다. 하지만 코스맥스는 단순 생산을 넘어 한국식 ODM 시스템과 K뷰티의 DNA(유전인자)를 현지에 이식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우선 로컬 브랜드들의 니즈를 면밀히 반영해 제품 제형부터 패키지, 마케팅 감도까지 아우르는 풀서비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R&D(연구개발)센터와 품질관리 시스템을 본사 수준에 맞추고, 제형 안정성를 비롯해 점도·색상 등 모든 품질 데이터를 본사와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생산 효율과 완성도를 동시에 관리하고 있다.

강 법인장은 "예전엔 '어디에서 만들어도 비슷하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한국처럼 만들고 싶다'는 요구가 많다"며 "품질과 제형, 디자인 감각까지 한국식 ODM 시스템이 현지에 안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검증된 기술력과 시스템이 그대로 현지에 적용되면서 브랜드 신뢰가 빠르게 쌓였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객사 다변화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태국 대표 로컬 브랜드 미스틴과 시리찬드뿐 아니라 중국과 베트남 브랜드까지 태국 법인을 통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 강 법인장은 "중국 내 정책 리스크나 물류비 상승 등으로 공급망 다변화를 원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태국 공장은 품질과 납기, 비용 경쟁력을 모두 갖춘 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맥스 태국 공장.

무엇보다 '스파우트 파우치(spout pouch·한 손 크기 화장품)' 형태로 유통이 이뤄지는 태국 시장의 독특한 구조도 코스맥스 성장의 촉매가 되고 있다. 강 법인장은 "태국에선 대부분의 로컬 브랜드가 세븐일레븐을 통해 제품을 판매한다"며 "이에 맞춰 파우치형 제품 라인을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방콕 외곽 산업단지에 위치한 공장은 로컬과 해외 고객 주문이 몰리며 생산라인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태국을 넘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강 법인장은 "태국은 이제 단일 시장이 아니라 K뷰티가 동남아로 뻗어나가는 전진기지"라며 "로컬 브랜드의 성장은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가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코스맥스는 내년에 생산 능력 확충과 함께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기능 강화를 위해 태국 내 두 번째 공장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강 법인장은 "신규 공장은 제품군별로 최적화된 생산체계를 구축해 동남아 시장 전반으로 공급망을 넓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향후 3년 내 매출 2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브랜드가 생기고, 유통이 열리고, 제조가 따라붙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는 태국 시장을 'K뷰티 성장기의 압축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의 성장세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태국뿐 아니라 동남아 전체 시장의 ODM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강 법인은 마지막으로 "태국은 이제 한국의 성공 모델을 단순히 모방하는 단계를 넘어 자신들만의 시장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단계에 왔다"며 "코스맥스는 그 변화의 중심에서 아시아 뷰티 산업의 다음 10년을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민구 코스맥스 태국 법인장.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