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하 민노총)이 택배업계 근로자의 사망 사건을 두고 '이중잣대'를 적용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새벽배송 금지 주장에 힘을 실기 위해 쿠팡과 컬리 소속 근로자에게만 '과로사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게 대표적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민노총은 올 여름 폭염 기간 C사 소속 택배기사 3명이 연달아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세 분 모두 당뇨·고지혈증 등 뇌심혈관 질환"이라며 과로사가 아닌 개인의 지병이 원인이란 입장을 냈다. 하지만 최근 쿠팡 택배기사 사망 사건에 대해선 "새벽배송 시스템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과로사'로 단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노총은 또 광업·제조업·건설업 등 매년 수백명의 근로자 사망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산업군에 대해선 새벽배송 업체처럼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는 강도 높은 비판을 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노총의 행보가 노조를 탈퇴한 쿠팡에 대한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실제로 쿠팡노조는 2023년 11월 조합원 93%의 찬성으로 민노총을 탈퇴했다. 당시 쿠팡노조는 "정치적 활동에 대한 강요를 못 참겠다"며 "조합원 권익보다 산별노조의 여러 활동 참여 요구가 잦았고 조합비 납부를 요구해 이익이 침해당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쿠팡노조가 민노총 소속일 땐 단 한 차례도 새벽배송 금지 주장을 한 적이 없단 점도 이런 지적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쿠팡노조는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조합원의 일자리를 뺏는 주장을 노조가 한단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새벽배송 금지는 업계 현실을 무시한 주장이란 의견도 나온다. 쿠팡노조와 택배기사 1만명 가량이 소속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오전 5시에 배송을 시작하면 출근 시간 교통체증과 엘리베이터 사용이 원활하지 않아 배송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민노총이 새벽배송을 '발암물질'로 빗댄 것도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앞서 국제암연구소 자료를 인용해 "새벽배송(야간노동)은 발암물질 2A 등급"이라고 힐난했다. 하지만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발암물질 2A 등급엔 야간노동 외에도 돼지고기 삼겹살 등 적색육과 65도 이상 뜨거운 음료 등이 들어갔다. 이보다 위험한 1급 발암물질엔 자외선(햇빛)과 미세먼지, 가공육 등이 포함돼있다. 새벽배송 금지 제안에 불리한 통계와 논리가 나올 때마다 이를 앞세워 노동자의 건강권을 선택적으로 주장했단 얘기다.
이에 이같은 소모적인 논쟁보다 유통 경쟁력과 노동자 보호를 동시에 고려한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하단게 업계의 진단이다. 박민영 한국로지스틱스학회 학회장은 "새벽배송과 주7일배송의 서비스 혁신을 바탕으로 전자상거래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소비자들의 편익도 대폭 증가했다"며 "정부는 민간 주도의 지속가능한 혁신을 지원해서 경쟁력을 높이고, 택배서비스 종사자의 업무환경 개선 등 과제들을 합리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