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배송 사망률 더 높은데…"새벽배송 금지" 민노총 속내는

유엄식 기자
2025.11.14 07:00

(종합)

[단독]새벽배송 금지?…주간배송 노동자 사망률 더 높았다

◇최근 7년간 택배기사 질병 사망자 36명 대부분 주간배송 주력업체 근로자

지난 7월 폭염 기간 서울 시내 한 택배물류센터에서 노동자가 택배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민주노총(이하 민노총) 택배노조가 최근 '새벽배송(오전 0시~5시) 금지' 규제를 제안한 배경으로 꼽히는 택배 근로자의 과로사 사례가 실제로는 주간배송 주력업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 근로자 사망의 주원인으로 유독 새벽배송만 거론하는 건 설득력이 낮단 지적이 나온다.

13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택배기사 질병 사망자는 36명이었다. 이들은 뇌혈관·심장질환과 같은 '과로사' 추정 질환으로 사망해 산재 통계에 포함됐다.

업체별 사망자 수는 경동택배가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CJ대한통운(8명)과 로젠택배(4명), 우체국(2명), 한진택배(1명), 현대택배(1명) 등 이었다. 이 업체들은 지난해까지 새벽배송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았고, 현재도 대부분이 주간배송 물량 처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 기간 새벽배송 업무가 주력인 쿠팡과 컬리 택배 근로자 사망자는 없었다. 다만 쿠팡로지스틱스(CLS) 소속 위탁 기사 2명의 사망 사고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9월 사이에 발생했다.

이를 두고 택배 근로자 과로사 대책으로 새벽배송만 규제하려는 민노총의 주장은 '모순'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관련업계는 물론 소비자단체에서도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택배 근로자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조언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택시기사가 심야 할증을 통해 추가 수입을 얻듯 야간 택배 근로도 합리적 보상을 전제로 한 자율적 선택의 영역"이라며 "노동자의 건강권은 근로시간 유연화, 충분한 휴식 보장, 인센티브 강화 등 현실적인 방식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산업군으로 비교 범위를 넓혀도 택배업 종사자의 사망률이 높단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통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2024년 전체 사고·질병 사망자 1만479명 가운데 건설·제조·광업의 산재 사망자 수는 7181명으로 69%를 차지했다. 국내 산재 사망자 10명 중 7명은 이들 3대 업종에서 나왔단 의미다.

새벽배송 쿠팡·컬리에만 '과로사' 프레임 씌운 민노총, 왜?

◇올 여름 폭염 기간 주간 근로자 잇단 사망에도 '과로사' 지적 없어..민노총 탈퇴 보복성 조치 해석도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작업자들이 택배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머니S

민주노총(이하 민노총)이 택배업계 근로자의 사망 사건을 두고 '이중잣대'를 적용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새벽배송 금지 주장에 힘을 실기 위해 쿠팡과 컬리 소속 근로자에게만 '과로사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게 대표적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민노총은 올 여름 폭염 기간 C사 소속 택배기사 3명이 연달아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세 분 모두 당뇨·고지혈증 등 뇌심혈관 질환"이라며 과로사가 아닌 개인의 지병이 원인이란 입장을 냈다. 하지만 최근 쿠팡 택배기사 사망 사건에 대해선 "새벽배송 시스템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과로사'로 단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노총은 또 광업·제조업·건설업 등 매년 수백명의 근로자 사망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산업군에 대해선 새벽배송 업체처럼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는 강도 높은 비판을 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노총의 행보가 노조를 탈퇴한 쿠팡에 대한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실제로 쿠팡노조는 2023년 11월 조합원 93%의 찬성으로 민노총을 탈퇴했다. 당시 쿠팡노조는 "정치적 활동에 대한 강요를 못 참겠다"며 "조합원 권익보다 산별노조의 여러 활동 참여 요구가 잦았고 조합비 납부를 요구해 이익이 침해당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쿠팡노조가 민노총 소속일 땐 단 한 차례도 새벽배송 금지 주장을 한 적이 없단 점도 이런 지적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쿠팡노조는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조합원의 일자리를 뺏는 주장을 노조가 한단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아랫줄 가운데)와 관계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택배 사회적대화기구 출범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특히 새벽배송 금지는 업계 현실을 무시한 주장이란 의견도 나온다. 쿠팡노조와 택배기사 1만명 가량이 소속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는 "오전 5시에 배송을 시작하면 출근 시간 교통체증과 엘리베이터 사용이 원활하지 않아 배송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민노총이 새벽배송을 '발암물질'로 빗댄 것도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앞서 국제암연구소 자료를 인용해 "새벽배송(야간노동)은 발암물질 2A 등급"이라고 힐난했다. 하지만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발암물질 2A 등급엔 야간노동 외에도 돼지고기 삼겹살 등 적색육과 65도 이상 뜨거운 음료 등이 들어갔다. 이보다 위험한 1급 발암물질엔 자외선(햇빛)과 미세먼지, 가공육 등이 포함돼있다. 새벽배송 금지 제안에 불리한 통계와 논리가 나올 때마다 이를 앞세워 노동자의 건강권을 선택적으로 주장했단 얘기다.

이에 이같은 소모적인 논쟁보다 유통 경쟁력과 노동자 보호를 동시에 고려한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하단게 업계의 진단이다. 박민영 한국로지스틱스학회 학회장은 "새벽배송과 주7일배송의 서비스 혁신을 바탕으로 전자상거래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소비자들의 편익도 대폭 증가했다"며 "정부는 민간 주도의 지속가능한 혁신을 지원해서 경쟁력을 높이고, 택배서비스 종사자의 업무환경 개선 등 과제들을 합리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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