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에 대한 경찰 수사의 핵심은 그가 정보 유출 범위를 의도적으로 축소했는지, 이를 통해 정부의 조사 업무를 방해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30일 경찰에 출석한 로저스 대표는 이런 의혹을 해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는 이날 오후 1시55분경 서울경찰청에 출석했다. 포토라인에 선 로저스 대표는 "모든 정부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 오늘 경찰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그는 '정보 유출이 3000건에 불과하다는 근거가 무엇인가', '한미 관세 협상에 영향을 줬나'는 취재진의 질의엔 답하지 않았다.
정부와 경찰은 '쿠팡이 3000개 고객계정 정보만 유출됐다'고 주장했다고 본다. 이는 쿠팡이 국회 2차 청문회를 앞둔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전격 발표한 정보유출자 관련 자체 조사 중간 결과에서 "3300만개 계정 가운데 3000개 계정 정보만 피의자의 외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 저장됐다"고 밝힌 점에서다.
정부와 경찰은 쿠팡이 정보유출자에 대한 공동 조사를 진행 중에 협의 없이 이 내용을 외부에 공개했고, 발표 내용에서 이 내용을 강조한 건 정보 유출 규모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려는 전략이라고 의심한다. 이날 이후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 박정보 서울경찰청장 등 정부 인사들이 잇따라 쿠팡의 정보 유출 규모를 '3000만건 이상'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쿠팡 내부에선 이런 해석은 오해에서 비롯됐단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말 쿠팡이 발표한 자료엔 "3000여명의 계정만 유출됐다"는 표현이 없고, 지난해 12월 쿠팡이 재공지한 사과문에 3370만명 고객 개인정보 유출로 표현된 점, 자체 보상안인 5만원 쿠폰도 사실상 모든 고객에게 제공한 점을 고려하면 정보 유출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게 아니란 이유에서다.
로저스 대표도 이번 경찰조사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며 적극적으로 소명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쿠팡이 외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기준으로 '저장'했다는 대목이 외부에서 '전체 유출 기준'으로 해석돼 오해가 커졌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개인정보위 고시에 따르면 개인정보의 유출은 '해당 정보가 처리자의 관리와 통제권을 벗어나 제3자가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이를 고려하면 정보유출자의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된 수가 아닌 당시 접근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유출 범위로 아우르는 게 합리적인 해석이다. 쿠팡 관계자들도 해당 규정을 부인하지 않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쿠팡이 정보 유출 규모에 대한 논란을 스스로 키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초기부터 명확한 단어 선택과 소통을 통해 오해를 선제적으로 차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당초 쿠팡이 명확히 '유출'과 '접근' 등의 개념 정의에 대해 분명하게 발표했어야 한다"며 "이와 별개로 쿠팡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사안이 왜곡 확산하는 것도 문제로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