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불안' 숨죽인 K푸드·뷰티

이병권, 하수민, 유예림 기자
2026.02.23 04:05

정책변화 따른 불확실성 우려
美 현지공장 유무에 입장갈려
중장기 전략 수립 깊은 '고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부과를 두고 국내 K푸드·뷰티·패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운다. 국가별 차등방식의 상호관세는 법원 판단으로 제동이 걸렸지만 전세계를 대상으로 15% 일괄 글로벌 관세도입을 밀어붙이면서 불안감은 오히려 더 커진 분위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기업들은 관세율 자체보다는 잇따른 정책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수치상으로 기존과 같은 15% 수준의 관세가 유지되는 모양새지만 앞으로 연장여부나 추가 조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워진 만큼 가격·투자전략을 장기적으로 설계하기 힘들어지면서다.

미국 현지 생산기반 유무에 따라 업체별 체감도는 조금씩 달랐다. 삼양식품은 미국에 판매법인을 뒀으나 현지 생산공장이 없어 국내 생산물량을 수출하는 구조다. 15% 관세가 비용으로 그대로 반영되는 가운데 삼양식품은 당장은 추가 가격인상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관세수치 자체는 그대로라서 지금의 현지 판매량 증가 추이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관세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점이 더 큰 부담요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발 '관세 변덕'에 혼란스러운 K푸드·패션·뷰티/그래픽=최헌정

오리온은 '꼬북칩' 등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으나 미국 매출비중이 1% 수준이라 당장의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관세변화를 예측할 수 없어 앞으로 미국 매출확대에 따른 현지 생산공장 설립여부와 시점 등 중장기 전략을 놓고 고민이 더 깊어졌다. 오뚜기 역시 미국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내년말 완공까지는 관세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반면 CJ제일제당과 농심은 주요 제품 대부분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미국 판매물량들을 현지에서 대부분 소화하기 때문에 이번 관세이슈에서 벗어나 있다고 봐도 된다"고 했다.

뷰티업계도 미국 관세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졌다고 우려했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K뷰티에 대한 현지 수요가 여전해 관세가 수익성에 타격을 주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즉각적 대응보다는 이슈 전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공장이 있는 한국콜마의 경우 미국 1·2공장을 활용해 관세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패션업계도 일부 미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공급망 전략을 점검했다. 글로벌 패션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 한세실업은 해외사업 중에서 미국 비중이 약 80%다. 한세실업은 관세부과 이전부터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수직 계열화를 진행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통상 리스크를 분산할 계획이다.

한편 그간 부과한 15% 상호관세에 대한 환급 가능성은 긍정적 요인으로 거론된다. 다만 업계는 아직 복잡한 절차가 남아 큰 기대감을 내비치진 않았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판결을 통해 환급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후속절차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트럼프가 부과한 글로벌 관세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판단을 내린 뒤 시작됐다. 판결 직후 트럼프는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세계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즉시 서명했고 이튿날 이를 15%로 상향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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