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남성복 시장이 다시 성장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정장 중심이던 시장이 캐주얼과 스트리트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장되면서 소비층과 상품 전략이 동시에 변화하는 흐름이다. 젊은 남성 소비자의 유입과 해외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업계 전반에서 남성복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3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하고하우스는 남성복 브랜드 테일던을 론칭하고 오프라인 유통 확대에 나선다. 다음달 롯데백화점 잠실점을 시작으로 부산점 등 주요 점포에 순차적으로 입점할 계획이다. 이 브랜드는 3040 남성을 겨냥해 스타일 큐레이션과 체형 최적화에 초점을 맞췄다. 기존 남성복 시장이 개별 아이템 중심으로 구성되며 소비자가 직접 스타일링을 완성해야 하는 구조였다면 테일던은 착장 단위로 제안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선택 피로를 줄이고 재고 부담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접근은 남성 소비 행태 변화와 맞닿아 있다. 과거 기능성과 가격 중심이던 구매 기준이 스타일과 이미지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브랜드가 완성된 코디를 제시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동시에 과잉 생산 문제를 줄이고 효율적인 운영 구조를 구축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패션 대기업 역시 남성복 시장 확대 흐름에 맞춰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기존 정장 중심 브랜드부터 캐주얼 라인까지 전반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대표 브랜드 갤럭시는 정통 수트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캐주얼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누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한 가운데 캐주얼 아우터 매출이 80% 이상 뛰고 트렌치코트도 40% 늘어나며 실적을 견인했다. 정장 중심 브랜드에서도 캐주얼 수요가 성장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캐주얼 브랜드에서도 이어진다. 에잇세컨즈는 최근 5년간 남성복 매출이 연평균 10% 성장하며 남성 고객 비중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올해 역시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페이크 레더 아우터 매출이 50% 이상 증가하며 트렌드 대응력이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클래식 캐주얼 브랜드 빈폴 역시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보인다. 같은 기간 누계 매출이 20% 이상 증가했고 아우터 매출은 70% 늘었다. 정장과 캐주얼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품 구성이 실적을 뒷받침했다는 분석이다.
LF 역시 남성복을 기반으로 한 확장 전략을 추진 중이다. 컨템포러리 브랜드 알레그리는 여성 라인을 확대하며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방문 고객의 약 75%가 여성 또는 여성 동반 고객으로 나타났고 자사 온라인몰 기준 여성 고객 비중도 전년 대비 약 35% 증가했다. TNGT는 유니섹스 브랜드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성별 경계를 낮추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구조적 전환으로 보고 있다. 남성복 시장은 정장 중심의 제한된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캐주얼과 스트리트까지 확장되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주요 브랜드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이 확인되면서 남성복이 패션업계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