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대형마트가 새로운 쇼핑 코스로 떠올랐다. 면세점, 백화점 중심이던 소비 동선이 K푸드와 패션·뷰티, 생활용품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대형마트로 확장된 모습이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여행에서 자주 찾는 대표 대형마트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외국인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40% 수준이고 올해 1분기에는 45%로 올랐다. 외국인 매출 증가율도 2024년 44%, 지난해 25%를 기록했다.
롯데마트는 매장 인기 비결로 쇼핑 특화 환경을 꼽았다. 롯데마트는 2023년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으로 재단장해 내외국인 고객 동선을 분리하는 등 맞춤형 쇼핑 환경을 강화했다. 대표적인 공간이 20m 길이의 'K푸드 존'이다. 김, 과자, 라면, 견과류 등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상품을 한곳에 모았다.
외국인 고객이 선호하는 K뷰티 브랜드 '조선미녀', 'VT', '마녀공장' 등 브랜드를 도입하며 인기 상품 구색도 강화했다. 올해는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와 협력해 4950원짜리 화장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쇼핑 서비스도 확대했다. 무료 짐 보관 서비스와 환전기 등을 마련했고 해외 간편결제 시스템 위챗페이, 라인페이를 도입했다. 이밖에도 국제 택배 서비스를 통해 매장에서 구매한 상품을 현지로 발송할 수 있게 했다.
관광객들이 이 매장에서 가장 많이 구매한 상품은 K간식류였다. 지난해까지 3년간 외국인 판매량 1위 상품은 오리온의 '비쵸비 대한민국'으로 집계됐다. 롯데웰푸드의 '제로 후르츠젤리', HBAF의 '허니버터 아몬드', 동원 '양반 김부각 새우맛', 농심 '빵부장 소금빵'이 뒤를 이었다.
이마트도 서울, 부산, 제주 등 주요 점포에서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 증가세다. 용산점, 마포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22%, 11% 늘었다. 부산 해운대점은 18%, 신제주점은 15% 증가했다. 특히 해운대점 외국인 매출 중 관광객 비중은 60%, 신제주점은 48%로 집계됐다.
이마트가 올해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마케팅에 시동을 건 결과다. 2월 관광객 전용 모바일 웹을 열고 영어, 중국어, 일본어 3개국어로 할인 쿠폰, 매장 위치 등 쇼핑 정보를 제공한다. 중국 SNS 샤오홍슈에도 채널을 개설하고 인플루언서 체험단을 운영하는 등 중국 관광객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또 주요 점포에 외국인 선호도가 높은 50여개 상품을 모은 'K-Picks' 존을 구성했다.
이마트에서도 한국의 맛을 담은 식품류 수요가 높다. 농심 '신라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동원' 김부각', CJ제일제당 '비비고 한식간장 김자반' 등이 외국인 매출 상위 품목에 올랐다. 또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 '5K프라이스 히말라야 핑크 소금 김', '피코크 초콜릿 샌드위치 비스킷'도 인기다.
통상 대형마트의 외국인 매출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비중이 80% 이상이지만 관광객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업계에선 고무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관광객들이 한국의 일상을 경험하려는 트렌드에 따라 대형마트는 내국인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마트에서 한국 제품을 직접 고르고 계산하는 과정을 여행 콘텐츠처럼 즐기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