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사회가 생산요소의 형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면 그 기여를 미래의 성과와 연결하는 제도 설계 가능"
"방식은 성과연계계약, 장기 리스나 사용료, 로열티일 수도"
"방식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가 조직한 생산능력→다음 생산능력의 형성으로 이어지는 환류 회로를 만드는 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AI(인공지능) 전환기 국가의 역할에 대해 파고 들었다. 김 실장은 "AI(인공지능) 생산체계에서는 사회적 기여의 규모와 직접성이 훨씬 커진다"며 "생산능력의 상당부분이 사회적으로 형성된다면 그 기여와 성과를 연결하는 새로운 제도적 관계를 구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 시대 이전지출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며 "노령과 질병, 장애, 실업에 대응하는 사회보험과 소득보장은 앞으로도 사회의 기본적인 안전망으로 남아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AI 시대의 전환을 설명할 수 없다. AI가 만들어낸 성과를 다시 전환의 비용과 연결하고 새로운 생산능력의 형성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된다"고 했다.
김 실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AI 시대 국가는 생산을 하는 국가가 아니라 생산관계를 조직하는 국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실장은 "AI 시대 국가의 역할을 생각하면 흔히 두 가지 답에 도달한다"며 "하나는 국가가 AI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산업정책론이고 다른 하나는 AI가 초래할 일자리 감소와 소득격차에 대응해 복지와 재분배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정책론"이라고 적었다.
김 실장은 둘 다 필요한 주장이지만 AI 생산혁명이 요구하는 국가의 역할 변화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고 봤다.
김 실장은 "산업정책이 특정 산업의 성장과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AI 시대 국가의 과제는 생산능력이 만들어지는 관계 전체를 조직하는 데 있다"며 "누가 장기투자를 담당하는지, 누가 초기 비용을 부담하는지, 어떤 사회적 인프라가 생산에 투입되는지, 숙련과 경력은 어떻게 형성되고 재생산되는지, 생산성 향상에서 배제된 사람은 어떻게 다시 생산에 참여하는지, 그리고 사회가 생산능력 형성에 기여했다면 그 성과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가 새로운 국가론의 핵심 질문이 된다"고 했다.
이어 "이 관점에서 보면 청년고용, AI 인프라, AI 전환재정은 서로 다른 정책 영역이 아니라 모두 생산관계의 변화에서 출발한다"며 "노동시장에서는 숙련이 형성되는 경로를 조직하고 생산에서는 사회화된 생산요소를 조직하며 재정에서는 AI가 새롭게 만들어내는 경제적 성과와 전환비용을 연결하는 과제를 조직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그 동안 기업 신입직원이 담당했던) "자료조사와 요약, 번역, 문서작성 등은 생성형 AI가 가장 빠르게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영역"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AI를 활용하는 소수의 경력직이 과거 여러 명의 신입이 수행하던 업무를 처리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개별기업의 선택은 합리적이지만 모든 기업이 같은 선택을 하면 사회 전체에서 다른 문제가 생긴다. 오늘의 비용 절감이 내일의 숙련 기반을 무너뜨리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이 지점에서) 기존 청년 고용정책은 한계를 드러낸다. 부트캠프를 확대하고 교육 바우처를 제공하며 취업 장려금을 지급하는 정책은 모두 노동시장 입구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전제 위에서 설계됐다"며 "AI가 입구 자체를 줄이고 있다면 입구 앞에서 개인의 준비만 강화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가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경력이 형성되는 경로 자체를 조직해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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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핵심은 국가가 기업, 공공기관, 연구기관, 지역산업과 함께 첫 일 경험이 형성되는 별도의 노동시장을 조직하는 데 있다"며 "국가는 청년을 일시적으로 부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더 이상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는 미래의 경력인력을 사회적으로 형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결국 AI 시대 국가는 일자리를 배분하는 국가가 아니라 경력과 숙련이 형성되는 생산관계를 조직하는 국가여야 한다"고 적었다.
김 실장은 또 "산업화 시대에도 국가는 도로와 항만, 전력망과 산업단지를 구축했다"면서도 "AI 시대에는 개별 기업의 생산능력과 사회적 기반 사이의 결합이 훨씬 직접적이고 강해진다. 기업이 충분한 자본과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전력망과 산업용지, 용수, 인허가, 컴퓨팅 인프라와 반도체 생태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AI 시대의 생산능력은 기업의 투자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며 "전력과 데이터, 컴퓨팅 인프라, 연구개발, 인재, 장기금융, 제도적 안정성이 하나의 생산체계로 결합될 때 비로소 형성된다"고 했다.
또 "국가의 역할은 기업을 대신해 반도체를 만들거나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있지 않다"며 "이러한 생산요소들이 하나의 생산체계로 작동하도록 조직하는 데 있다. 그러면 다음 질문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사회가 막대한 비용과 제도적 역량을 투입해 특정한 생산능력을 형성했다면 사회는 그 성과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김 실장은 "사회가 생산요소의 형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면 그 기여를 미래의 성과와 연결하는 제도 역시 설계할 수 있다"며 "방식은 성과연계계약일 수도 있고 장기 리스나 사용료, 로열티일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가 조직한 생산능력이 다시 다음 생산능력의 형성으로 이어지는 환류의 회로를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 입장에서도 사전에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미래 성장의 일부를 사회와 공유하는 것은 새로운 부담만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AI 시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제도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 될 수 있고 사회적 신뢰와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확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 실장은 "AI는 전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그 성과가 모든 기업과 노동자에게 같은 속도로 확산되지는 않는다"며 "데이터와 AI 모델, 컴퓨팅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는 기업과 고숙련 인력은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개인과 기업은 성장의 흐름에서 점차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AI 시대의 핵심 질문은 단순히 소득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새로운 생산능력에 접근할 수 있는가에 있다"고 했다.
아울러 "AI 시대 이전지출은 두 가지 기능을 함께 가져야 한다. 하나는 전환기의 소득을 안정시키는 일"이라며 "다른 하나는 생산능력에 접근할 기회를 보장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생계만 지원하고 첫 경력이나 AI 도구, 데이터, 연구개발 인프라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사람은 생산의 주체가 아니라 소비자로 남게 된다"며 "반대로 AI 도구와 교육만 제공하고 전환기의 소득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전환에 참여하기 어렵다. 결국 AI 시대 이전지출의 목적은 사람을 영구적인 수혜자로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전환의 충격을 견디게 하면서도 다시 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돕는데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또 "AI가 만들어내는 생산성은 기업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공공 연구와 교육, 전력망과 데이터 인프라, 법과 제도, 사회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지식과 인재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며 "반면 AI 전환의 비용은 노동시장과 지역경제, 기존 숙련체계 전반에 걸쳐 사회 전체가 함께 부담하게 된다. 그렇다면 AI가 만들어낸 새로운 경제적 성과의 일부를 다시 전환과 생산능력의 형성에 연결하는 것은 단순한 재분배가 아니라 사회적 기여와 사회적 비용을 연결하는 새로운 생산관계를 설계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산업화 시대 국가는 산업화를 조직했고 복지국가는 시장이 만들어낸 결과를 조정했다"며 "AI 시대 국가의 과제는 생산능력이 끊임없이 형성되고 다시 재생산되는 관계를 조직하는 데 있다. 국가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그러한 생산관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