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운송비 단가 '시한부' 합의

정진우 기자, 차현아 기자
2026.06.16 04:19

인상폭 5.5% 유지하고, 적용기간 1년→8개월
파업 중단 효과 있지만 내년 협상때 부담 가중
"해마다 운송 거부 반복, 특정업자 카르텔 깨야"

수도권 레미콘 운송노동조합과 레미콘 제조사 측의 운송비 단가협상이 타결됐다. 레미콘 운송노조가 파업에 나선 지 1주일 만이다. 이번 협상타결로 반도체공장 등 건설현장에서 중단된 레미콘 타설도 재개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레미콘 운송노조는 전날 밤 국토교통부의 중재로 레미콘 제조사와 잠정합의한 회전당 운반비 4200원(5.5%) 인상안에 대해 이날 투표를 진행했고 과반의 찬성으로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최종 타결된 이번 협상안은 운반비 인상폭은 기존과 동일하지만 적용기간을 줄인 게 핵심이다. 인상한 운반비는 2026년 7월1일부터 2027년 2월28일까지 적용키로 했다.

운반비 인상폭을 이전에 마련한 잠정합의안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대신 계약기간을 기존 1년에서 8개월로 단축하면서 재합의에 이른 것이다. 앞서 노사는 지난 9일 운반비를 회전당 4200원 인상하는 내용의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이튿날 진행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반대 68.3%, 찬성 30.6%로 부결됐다.

이처럼 한번 부결된 협상안이 기간조정을 통해 타결된 배경엔 레미콘 운송노조를 향한 국민들의 비판여론이 있다. 수도권 주요 건설현장뿐 아니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등 반도체공장 건설현장이 마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 25개사의 117개 현장에서도 16만㎥ 규모의 콘크리트 타설작업이 중단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파업으로 국가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국민들의 레미콘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고 노조도 이를 의식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특히 협상중재를 하면서 기간조정을 통해 양측의 입장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1년 단위로 협상을 진행하지만 운반비 인상폭은 그대로 두되 8개월만 적용키로 하는 등 협상을 탄력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수도권 레미콘 평균 운반비 인상 추이, 수도권 레미콘 평균 가격 추이/그래픽=윤선정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노조 입장에선 다시 협상시기가 되면 운반기 적용기준 기간을 1년으로 잡지 않고 1년4개월로 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8개월 후 추가 인상안이 결정될 경우 1년치에 4개월치가 더해져 부담이 가중된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안은 8개월 후에 다시 협상할 수밖에 없는 시한부 합의안"이라며 "지금 당장 파업을 끝내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내년 초 운반비 인상논의가 될 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런 상황에 대해 레미콘 운송노조 등 특정 운송사업자 중심의 카르텔 구조가 고착화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2009년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도 시행 이후 레미콘을 운송하는 믹서트럭의 신규진입이 단 한 번도 허용되지 않으면서 기존 믹서트럭 운송사업자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운반비 인상요구와 집단운송 거부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기준 레미콘 운반비는 2009년 3만313원에서 지난해 7만5730원으로 150% 오른 반면 레미콘 가격은 5만6200원에서 9만1400원으로 62.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운송비 부담이 고스란히 제조사와 건설업계로 전가되는 상황이다.

심지어 중동전쟁의 여파로 제조사들은 사상 최악 수준의 업황에 고유가와 혼화제 등 원자재 가격상승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집단 운송거부 장기화로 국가 핵심산업 현장까지 공정지연 피해가 커져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아닌 지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역별 건설수요, 교통여건, 산업구조에 맞게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도를 유연하게 운용하고 믹서트럭의 신규등록을 허용하는 등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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