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끌고 장 안 봐요" 대형마트 우는데 '영업규제'...쿠팡만 웃는다

유엄식 기자, 하수민 기자, 조성우 기자
2026.06.22 06:00

[MT리포트]영업규제 14년, 위기의 대형마트(上)

[편집자주] 2010년대 초반까지 오프라인 유통 최강자 입지를 누렸던 대형마트가 생존의 위기에 놓였다. '의무휴업일' 규제를 14년째 받으면서 오프라인 기준 백화점과 편의점에 이어 3위 채널로 주저앉았다. 한때 이마트와 업계 1위를 다툰 홈플러스는 다음달 마지막 재매각 기회를 날리면 청산(파산) 가능성이 높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득세하고, 다이소 등 균일가 가성비 채널이 부상한 상황에서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전통시장을 살리는 '보루'가 아닌 산업 침체를 가속화한 대표적인 '역차별' 제도가 된 현실을 짚어본다.

"누가 대형마트 가?" 쿠팡에 밀리고 다이소에 치여…매출 점유율 '최저'

①오프라인 매출 3위로 밀린 대형마트

(고양=뉴스1) 김진환 기자 = 기업형 슈퍼마켓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매각한 홈플러스가 37개 매장의 영업을 10일부터 중단한다. 고객 이탈과 매출 감소에 따른 결정으로 분석된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이날부터 7월 3일까지 전체 104개 대형마트 매장 중 기여도가 낮은 37개 매장의 영업이 잠정 중단하며 나머지 67개 매장을 중심으로 집중 운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이날 경기도 고양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 붙은 임시 휴업 안내문. 2026.5.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고양=뉴스1) 김진환 기자

대형마트가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에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성장에 따른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유통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6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21일 산업통상부 유통업체 매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가 유통업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17.9%)과 비교해 6년 만에 절반 이하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대형마트는 최고 전성기였던 2009~2010년 전체 유통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웃돌았다. 당시 대형마트 3사 총매출이 전국 백화점과 편의점, 기업형슈퍼마켓(SSM) 점포 합산 매출보다 컸다. 주말이면 가족이 대형마트에서 카트를 끌고 먹거리를 사는 게 일상이었다.

이커머스가 유통 매출 통계에 편입되기 시작한 2014년에도 대형마트의 매출 구성비는 27.8%로 단일 채널 중 가장 높았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가 도입된 2012년 이후에도 한동안 유통업계 1위 채널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대형마트가 강점이었던 신선식품 분야에선 빠른 배송 경쟁력을 앞세운 이커머스와 영업규제를 받지 않는 식자재마트가 점유율을 서서히 잠식했다. 생활용품은 균일가 전문점 다이소와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점포 내 매대를 줄여왔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의 매출 점유 비중은 2021년 15.1%, 2022년 13.0%, 2023년 12.1%, 2024년 11.0%로 점차 하락했고 지난해엔 9.8%로 처음으로 10% 아래로 떨어졌다. 오프라인으로 비교 대상을 좁혀도 백화점과 편의점에 밀려 매출 3위 채널로 밀려났다.

대형마트 업황 침체는 이어질 전망이다. 한때 이마트와 업계 1위 자리를 다퉜던 홈플러스는 지난해 기업회생에 돌입한 뒤 점포 수가 대폭 줄었고 최악의 경우 청산(파산)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추가 출점을 통한 외형 성장보단 대형 점포 위주로 리뉴얼 투자를 집중하는 수익성 개선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유통업 수익성의 근간인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대형마트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고객 확 빠졌는데...14년째 영업규제 '올가미'

②최고 호황기 만든 의무휴업일, 이젠 역차별 규제로

지난 1월 29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홈플러스 안산고잔점의 매대가 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는 이달 말까지 서울 시흥점, 경기 안산고잔점, 인천 계산점, 충남 천안신방점, 대구 동촌점 등 5개 점포의 영업을 중단할 예정이다. 2026.1.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안산=뉴스1) 김영운 기자

"'쿠팡만 키웠다'거나 '전통시장·골목상권을 살리는데 역효과가 났다'는 이야기가 부쩍 들린다. 10여년 전 시장 환경을 기준으로 만든 규제를 오늘날 소비 여건에 맞게 다시 점검해야 한다"

대통령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인 박용진 전 의원은 최근 SNS(사회관계서비스망)에 대형마트의 주말 의무휴업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런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여권에서 대형마트 규제 강화 입법안을 추진한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이 말대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법 개정 논의가 시작된 2010년은 대형마트의 최고 전성기였다. 국내 유통업 총매출의 절반 이상을 끌어왔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생존을 위협하는 '포식자'로 인식됐다. 이런 이유로 월 2회 일요일에 마트 문을 닫는 건 상생과 근로자 휴식권 보장 차원에서 '선의의 정책'으로 여겨졌고, 영업 여력이 있었던 업계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14년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본격적으로 유통 시장에 진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커머스는 특유의 편리함과 배송 경쟁력을 앞세워 대형마트 장보기 수요를 위협했다. 2020년 코로나 펜데믹은 판세 역전의 결정타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으로 매장을 찾은 고객 수가 급감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3040대 고객들은 주말에 차를 끌고 마트를 찾아 물건을 고르고 직접 계산대에서 결제하는 수고로움보단 이커머스를 선택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며 "대형마트는 이제 순수 장보기 채널로 승부하기엔 역부족이고, 가족과 여가 시간을 보내는 복합쇼핑몰로 운영 구조를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휴일로 지정하되, 지역 이해당사자가 합의한 경우 조례를 개정해서 지자체장이 평일로 변경할 수 있다.

2012년부터 시행돼 올해 14년째를 맞은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일 규제는 12년간 매월 2, 4회 일요일로 운영했다가 2023년 대구시를 시작으로 서울 서초구와 동대문구 등 4개구, 부산, 청주 산하 시군 등 전국 약 80개 기초지자체에서 평일로 전환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일이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시사하는 유통정책의 전환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한 지역에서 대형마트 매출은 증가했지만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는 뚜렷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며 지방자치단체가 주말 소비 집중도와 온라인 소비 비중 등을 고려해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026.05.21.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

현재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3대 대형마트 업체가 운영하는 전국 351개 점포 중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이 아닌 평일 등 지정 요일로 월 2회 휴점하는 점포는 133개로 파악된다. 경영난이 가중된 홈플러스의 폐점 점포가 늘어나면 평일 휴점 점포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는 이제 대형마트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됐다. 이 규제만 걷어내더라도 업황 침체의 파고를 견딜 원동력이 될 수 있어서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초 긴급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의무휴업일 규제로 연간 약 1조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기준을 3사로 확대하면 업계 전체 매출 손실 규모는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주말 의무휴업일 규제는 대형마트 업체에 심각한 매출 역효과와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한 대형마트사가 요일별 매출 지수를 분석한 결과, 일평균 매출 100을 기준으로 일요일 의무휴업이 있는 주의 토요일은 180~200까지 치솟고 의무휴업일 직후 월요일과 화요일은 매장을 찾는 발길이 급감했다. 반면 의무휴업일이 없는 주에는 월~금요일 평일 지수가 90, 토~일 주말 지수가 125 수준으로 수요가 비교적 균등하게 분산됐다.

업계에선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전면 폐지되고 자율화하면 전체적으로 약 10%의 매출 신장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객 수가 적은 평일로 휴업일을 자율적으로 정하면 신선식품 폐기율을 낮추고, 인건비와 냉난방비 등도 아껴 점포 운영 효율성이 한층 개선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하지만 여권에선 소상공인단체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를 '일요일 등 휴일'로 다시 의무화하는 입법 추진 움직임도 있다. 이에 앞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외에도 복합쇼핑몰, 백화점, 아울렛, 면세점 등 대형 오프라인 매장으로 의무휴업일을 확대하려는 법안도 제기된 바 있지만 소비자 반발과 여론 악화로 더 진전되지 못한 전례도 있다.

전문가들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자영 한국유통학회장(숭실대 교수)은 "대형마트 규제가 생겼을 당시 대중소기업의 대립 관점에서만 접근했고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인식은 부족했다"며 "이제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트 의무휴업일, 전통시장 살리기 효과 없다...'낡은 규제'의 한계

③온라인 vs 오프라인 구조로 바뀐 유통 시장

지난 4월 23일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뉴스1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시행된 지 14년이 지났지만 정작 정책의 핵심 목표였던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친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하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정책 취지와 달리 소비는 온라인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21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시사하는 유통정책의 전환 방향' 보고서를 통해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변경한 지역에선 대형마트 매출이 증가했지만 전통시장 매출 감소는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온라인 소비가 2.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KDI는 의무휴업이 완화되자 온라인으로 이동했던 소비 일부가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왔지만 전통시장으로의 소비 이전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유통시장 경쟁 구도가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에서 '오프라인 대 온라인'으로 바뀐 만큼 현행 규제의 실효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의 온·오프라인 소비지출 변화' 연구도 비슷한 결과를 내놨다. 서울시 카드 소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의무휴업일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소비는 감소했지만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소비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다. 줄어든 소비는 상당 부분 이커머스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형마트를 규제해도 소비가 전통시장으로 이동하는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의미다.

실제 소비 환경은 2012년 제도가 도입될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 당시에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같은 소비자를 두고 경쟁하는 관계였지만 지금은 쿠팡과 네이버쇼핑, 컬리 등 이커머스가 최대 경쟁자로 떠올랐다. 소비자들도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전통시장을 찾기보다 모바일로 장을 보는 데 익숙해졌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끼리 경쟁했다면 이제는 오프라인 전체가 온라인과 경쟁하는 구도로 바뀐 셈이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단순한 경쟁 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마트가 지역 생활상권의 집객시설 역할을 하면서 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이 인근 전통시장과 음식점, 소규모 점포를 함께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상권 전체 유동인구가 줄어 전통시장도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방 점포는 마트만 찾는 고객보다 주변 시장과 식당을 함께 이용하는 고객이 더 많다"며 "의무휴업일에는 마트뿐 아니라 상권 전체에 사람이 줄면서 시장 상인들도 '평소보다 손님이 확실히 적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 보호라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하지만 규제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소비자 편의를 제한하는 영업규제보다 시설 현대화와 주차환경 개선, 디지털 전환, 온라인 판로 확대 등 전통시장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4년 전에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경쟁했다면 지금은 둘 다 온라인과 경쟁하는 처지"라며 "전통시장을 살리려면 대형마트를 묶어두기보다 소비자가 시장을 찾을 이유를 만드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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