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까지 2000억 조달계획 마련"...법원, 홈플러스 파산 결정 '최후통첩'

유엄식 기자, 이혜수 기자
2026.06.23 16:50

최대주주, 채권단, 노조 등에 공문 발송....회생절차 폐지 결정 예고
MBK-메리츠 2000억 DIP 대출 승인 놓고 공방...정치권 중재 나서

(서울=뉴스1) 이종수 인턴기자 = 8일 서울 시내 영업 중단 예정인 한 홈플러스 매장 물건 진열대 일부가 비어 있다.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계약 체결 이후 구조조정에 착수했으며, 오는 10일부터 7월 3일까지 전체 104개 대형마트 가운데 기여도가 낮은 37개 매장의 영업을 잠정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6.5.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종수 인턴기자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에 대해 법원이 청산(파산) 결정을 예고하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보냈다. 오는 30일까지 회생계획 이행을 위한 2000억원의 자금조달 계획이 마련되지 않으면 회생절차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회생법원 제4부(재판장 정준영)는 23일 홈플러스 채권자협의회, 주주, 노동조합, 근로자대표, 서울회생법원 관리위원회 등에 '회생계획안의 배제 및 회생절차 폐지에 대한 의견조회' 공문을 발송했다.

회생법원은 "홈플러스는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수행하기 위해 2000억원의 외부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그 조달계획에 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기제출된 회생계획안은 수행가능성이 없다고 보아 관계인집회의 심리 또는 결의에 부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 사건 회생절차를 폐지하는 것'에 관한 의견을 회신하기 바란다"고 안내했다.

이는 다음달 3일 예정된 회생계획안 인가 시한을 앞두고 홈플러스 측이 밝힌 2000억원의 자금조달 계획을 명확히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오는 30일까지 홈플러스가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밝히지 못하면 사실상 청산 결정을 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기업회생은 경영난을 겪는 기업이 청산가치보다 계속 경영할 때의 가치(존속가치)가 더 크다고 인정될 경우 법원 관리 하에 기업을 회생시키는 절차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 회생계획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이 절차를 폐지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청산 수순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만약 홈플러스가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면 휴직자를 포함해 약 1만2000여명의 임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미 희망퇴직을 끝낸 직원들도 적정한 보상금을 받을 수 없다.

홈플러스는 23일 입장문을 내고 "DIP(긴급운영자금) 2000억원 대출이 이루어져 상품 공급만 정상화된다면 안정적인 영업기반을 구축해 빠른 시간 내에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하 메리츠)에 2000억원 DIP 대출 승인을 거듭 요청하고 있다. 지난 22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 1200억원이 들어왔지만, 그동안 밀린 직원 급여와 물품 대금 등을 정산하면 현재 영업 중인 78개 점포의 운영자금이 부족하단 이유에서다.

실제로 홈플러스 직원 월급은 지난 3월부터 분할, 지연 등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못했고 납품 대금도 밀리면서 매대에 주요 상품 공급도 사실상 끊긴 상황이다. 일부 매장은 신선식품 매대에 그릇 등 식기류를 채웠고, 가공식품과 유제품 매대엔 각종 PB(자체 브랜드) 상품만 진열한 곳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충성 고객들도 결국 등을 돌릴 것이란 우려가 크다.

홈플러스가 파산하면 납품 대금이 연체된 협력사도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사회 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홈플러스에 납품한 150개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미납액이 7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납품일로부터 정산 기한이 60일을 초과한 업체는 98%다.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마트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홈플러스 살리기 삼보일배 행진을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홈플러스 회생기한 만료일(5월 4일)을 앞두고 정부의 홈플러스 정상화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1박 2일 삼보행진을 진행한다. 2026.4.1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당초 메리츠 이사회에선 향후 배임 소지 등을 이유로 MBK의 보증이 있어도 1000억원 DIP 대출은 불허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지만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 촉구와 홈플러스 청산(파산) 결정에 따른 내수경기 침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MBK의 추가 보증을 전제로 DIP 대출액 1000억원을 계좌로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는 MBK가 요청한 2000억원 DIP 대출 승인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메리츠 관계자는 "MBK가 추가 보증을 제시하면 에스크로 계좌에 유치한 1000억원은 즉시 지급되겠지만, 추가 지원은 어렵다"며 "추가로 필요한 운영비는 MBK가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청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앞둔 상황에서 MBK와 메리츠는 서로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MBK는 이날 "홈플러스 청산 시 메리츠는 원금 전액 회수를 넘어 연 20%의 연체이자를 적용받아 5000억원 이상의 추가 수익을 얻게 된다"고 주장하며 메리츠 측의 DIP 추가 대출 승인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메리츠는 "회사나 개인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면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법정 최고 이자 수준의 연체이자를 회생채권이나 구상채권에 포함시킨다"며 "그 이후 채무자가 자산이든 가용처분 자산을 다 정리한 후 남으면 연체이자를 가져갈 수 있는 것이고 최악의 경우 원금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현재 홈플러스의 담보 처분이 원금 수준인 1조3000억원이 될지 MBK가 주장하는 1조8000억원 이상이 될 지 아무도 모른다"며 "만약 1조 이하면 연체이자는 커녕 원금도 건지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리츠는 "미래의 가정상태에서 연체이자 운운하는 건 금융관례상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억지주장"이라고 MBK의 무리한 요구와 행태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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