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인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이후 시설 내부의 복층식 적층 구조인 '메자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건물 진화에 60시간 이상 소요된 이유가 메자닌 구조에 종이박스 등 인화성 물질이 대거 보관돼 있었단 이유에서다.
하지만 쿠팡 물류센터 외에도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지은 '스마트물류센터'도 상당수 메자닌 구조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자닌 구조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도 채택한 구조인 만큼 이를 전면 규제하기보단 정부가 정확한 시설 현황 통계를 확보해서 안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풀밀먼트서비스(CFS) 외에도 CJ, 롯데, 한진 등 국내 대형 물류사들이 메자닌 구조가 적용된 물류센터를 가동 중이다.
특히 층고가 높은 대형 물류센터 중 상당수가 내부 공간 효율화를 극대화하기 위해 철골 구조물로 중간층을 나누는 메자닌 구조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쿠팡 물류센터 화재 직후 국내 주요 물류사 관계자와 메자닌 구조의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국내 물류센터 중 메자닌 구조가 얼마나 많이 도입됐는지 정확한 통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물류창고를 운영하는 기업(바닥 면적의 합계가 1000m² 이상)이 관할 시·군·구청에 물류창고업을 등록하면서 '시설장비현황'을 적시하면, 이 내용이 국토부가 운영하는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로 연동된다. 이를 통해 개별 물류센터 면적과 함께 주소와 시설 장비현황, 취급 품목 등의 정보가 공시된다.
하지만 물류창고업에 물류센터를 등록한 기업 중 쿠팡을 포함해 무신사와 쓱닷컴, 한국머스크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메자닌 구조를 시설장비현황에 적시한 곳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오토소터 등 자동화 장비, 오더피커, 지게차 등 주요 장비를 적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 물류업계 관계자는 "물류시설법상 최초에 물류센터 시설을 등록할 때 물류센터 특정 구조에 대해 적시하라는 강제 사항이 없다"며 "그러다 보니 정확히 메자닌 구조를 국내 6000개 물류센터 가운데 비중이 얼마인지 아는 곳이 없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메자닌 구조는 건설과 장비 도입을 위한 투자금이나 대출금을 정부에서 보조금으로 지원받는 여러 기업의 '스마트물류센터'에도 대거 도입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충북 진천 메가허브터미널,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 허브, 한진 대전 메가허브 터미널, 파스토 용인센터 등 주요 택배 기업 물류센터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물류창고업 시설 등록과 정부 통계에서는 이런 사실이 공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국내에 메자닌을 차용한 물류센터와 기업이 몇 곳인지 정확한 통계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메자닌 물류센터 수요를 파악하고,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소방 방재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번 화재로 메자닌 구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이 구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면 물류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어서다.
시장분석 기관 '인더스트리 리서치'에 따르면, 메자닌 구조의 물류센터는 2024년 기준 전 세계 42만개에 19억m²에 거쳐 구축됐다. 건물 면적을 사용하지 않고도 바닥 면적과 적재 공간을 늘릴 수 있는 메자닌 창고는 미국에만 18만개 물류센터에 설치됐다. 미국 등 해외에선 메자닌 구조를 아예 없애거나 금지하는 규제가 없는 대신, 안전 요건과 스프링클러 등 소방 대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용 중이다.
쿠팡의 화재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류센터 구조만 문제 삼는 것은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메자닌 구조는 공간 효율성과 물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외 물류센터에서 널리 활용되는 설계 방식"이라며 "구조 자체를 일률적으로 문제 삼기보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물류 시설의 특성에 맞는 안전기준과 관리체계를 어떻게 고도화할 것인지에 논의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