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하나씩 떨어뜨려 보세요. 신기하죠?"
지난 23일 경기 용인시 hy중앙연구소. 기자가 파이펫으로 투명한 시약을 두번째 시험관에 넣자 무색이었던 액체가 순식간에 짙은 자주색으로 변했다. 반면 항염증 기능이 있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처리한 네번째 시험관은 비교적 옅은 분홍빛을 띠었다. 평소 눈으로 볼 수 없는 프로바이오틱스의 기능을 직관적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김주연 신소재개발팀장은 "면역세포에 염증을 유도하면 산화질소가 생성되고 여기에 시약을 넣으면 생성량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며 "색이 옅을수록 프로바이오틱스가 염증 반응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방식으로 기능성이 있는 균주들을 선별한다"고 덧붙였다.
프로바이오틱스는 평소 간단하게 먹고 마시는 요구르트와 발효유가 되기까지 이처럼 수없이 많은 연구와 검증 과정을 거친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hy중앙연구소는 '발굴-개발-생산-유통'으로 이어지는 hy통합시스템의 출발점을 담당하는 식품업계 최초의 기업부설연구소다.
첫 단계는 새로운 균을 찾는 일이다. 연구원들은 인삼·김치부터 사람의 장내 미생물까지 다양한 시료를 배양한다. 김용태 프로바이오틱스팀장은 동그란 배지를 보여주며 "작은 점 하나에 수천만마리에서 수억마리의 균이 모여 있다"며 "기능성과 안전성이 검증된 균주만 이름을 붙이고 관리한다"고 말했다.
hy는 현재 약 5100종의 균주를 영하 80℃에서 보관하고 있다. 균주 자산을 정전이나 화재 등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중앙연구소와 지하 저장시설, 평택 프로바이오틱스 공장 등 세 곳에 분산 보관한다.
안전한 균을 확보했다고 바로 제품에 사용할 수는 없다. 프로바이오틱스의 염증 반응 조절 여부나 손상된 조직의 세포 사멸을 줄이는 기능성 등을 더욱 정밀하게 검증해야 한다. 연구소에서는 현재 신장 건강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바이오틱스 균주의 기능성을 확인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기능성을 확인한 균은 제품개발팀의 '파일럿 플랜트'로 향한다. 실험실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더라도 상품화를 위해 배양 규모를 키웠을 때 균의 특성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공장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단계다. '윌' '슈퍼100' '야쿠르트' 등 유명 제품들이 모두 이런 연구와 검증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제품개발실에서는 기자가 직접 배양액과 시럽을 섞은 요구르트에 망고향을 더해 발효음료를 만들어봤다. 최지훈 책임연구원은 "같은 과일맛이라도 향의 종류와 배합 비율에 따라 제품의 풍미가 크게 달라진다"며 "맛뿐 아니라 생산 가능성과 원가 등을 함께 고려해 최적의 배합을 찾는다"고 말했다.
연구소의 시선은 이제 장 건강을 넘어 장내 생태계 전체로 향하고 있다. 신성장팀 실험실에는 사람의 분변으로 장내 환경(상행·하행·횡행결장)을 각각 구현한 '대장모사시스템'이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입했을 때의 장내 미생물과 대사물질의 변화를 분석해 개인별 장내 환경에 맞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찾는 연구가 진행된다.
최일동 신성장팀장은 "같은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어도 사람마다 장내 미생물 구성이 달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앞으로의 50년은 특정 균주의 기능성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개인별 장내 환경에 맞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