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논현동 오키친 스튜디오. 이날은 '오뚜기 케챂' 출시 55주년 기념 쿠킹클래스가 진행된 현장이다. 앞치마를 두르고 저울 앞에 섰다. 첫 순서는 전자레인지로 살짝 녹인 버터에 케첩과 우스터소스를 넣고 빠르게 섞는 일이었다. 이를 랩으로 감싸 냉장실에서 30분간 굳히자 '케첩 버터'가 완성됐다. 케첩 버터를 갓 구워낸 돼지 목살 스테이크 위에 얹자 사르륵 녹아 내렸다. 케첩 버터만 따로 맛보니 케첩 특유의 톡 쏘는 신맛은 버터의 고소함에 중화됐고 케첩의 달달하고 버터의 부드러운 풍미만 입 안에 남았다.
이날 만든 메뉴는 '케챂 버터 포크 스테이크'와 '미트볼 나폴리탄 파스타' 2가지였다. 여기서 케첩은 이미 완성된 요리 위에 뿌리거나 찍어먹는 소스가 아닌 요리의 맛을 좌우하는 핵심 식재료로 활약했다. 스테이크 소스에는 '오뚜기 토마토케챂'과 우스터소스, 사과식초, 물엿을 섞어 감칠맛을 냈고 파스타 소스 역시 '오뚜기 저당 케챂'을 연겨자, 치킨 파우더, 나폴리탄 파스타소스와 함께 볶아냈다. 기존 나폴리탄 소스 자체에도 토마토가 들어있지만 케첩의 진한 맛과 연겨자의 톡 쏘는 향이 더해지자 전문 레스토랑의 파스타 못지않게 풍미가 깊고 풍성해졌다.
'오뚜기 케챂'은 1971년 8월2일 유리병 제품으로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당시는 국내산 케첩은 품질이 떨어져 외국산에 밀려 외면받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출시 이후 오뚜기 케챂은 오므라이스와 햄버거 등 외식 메뉴를 거쳐 각종 가정식 요리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며 '국민 소스'로 자리매김했다. 올 상반기 기준 누적 생산량은 약 165만톤(t), 300g 기준 누적 판매량은 약 54억3300만개다.
제품명에 표준어인 '케첩' 대신 '케챂'을 고수하는 것도 첫 출시 당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오뚜기는 '오뚜기 케챂'으로 고유 상표 등록까지 마쳤다. 오뚜기는 케첩 품질을 높이기 위해 토마토 품종(OTG 364)도 자체 개발했다. 최근에는 케첩을 즐길거리로 확장하기 위한 여러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커머스 라이언 에디션 같은 굿즈는 물론 최근 인기를 끈 '감튀모임(감자튀김을 함께 먹는 오프라인 모임)' 소비자 참여형 이벤트를 진행했다.
오뚜기가 국내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는 데도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를 이어가는 데는 대체 소스 종류가 늘면서 케첩 시장이 작아지고 있어서다. 오뚜기 관계자는 "1위 업체로서 케첩 시장 저변을 넓히는 것이 하나의 과제"라고 말했다.
쿠킹클래스 역시 케첩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맛보고 즐기는 경험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누구나 SNS(소셜미디어)에서 신청해 참여할 수 있는데 이번 클래스는 1400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쿠킹클래스를 경험하고 가신 분 중엔 케첩의 활용도가 이렇게 높았냐며 놀라는 참가자들이 많다"며 "평범해 보이는 케첩으로도 이런 색다른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