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11일 당시 영등포에 있던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19대 총선을 취재하던 기자는 출구조사 결과를 접한 한명숙 대표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엷은 미소를 띠었지만 당혹 그 자체. 박수는 나왔지만 분위기는 무거웠다.
이때 치러진 선거에서 야권은 필살기인 당대당 야권연대까지 쓰며 총력전을 펼쳤고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 관심을 모았던 2011년 10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이후 정권심판론의 바람까지 탄 터라 더 승리가 손에 잡힐 것 같은 시기기도 했다.
그러나 발표된 출구조사 스코어는 예상외의 박빙. 최종 결과는 야권에 더 참담했다. 패배도 모자라 새누리당에 또 과반 이상의 의석을 내줬다.
패배의 원인은 간단했다. 무엇보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였다. 당시 야당을 출입하던 기자는 승리를 확신한 나머지 과한 자신감을 보였던 민주통합당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한다.
어색한 내리꽂기 공천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뤄졌고, 선점했어야 할 '경제민주화'와 '복지' 이슈 주도권을 여당에 뺏기고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선거 전략 등은 오만과 무능 그 자체였다.
결국 국민들은 19대 총선 이후 손에 쥐어 준 승리를 스스로 차 버린 야당을 외면했다. 이후 진행된 4년간의 선거는 새누리당의 연전연승. 정권심판을 해 달라는 야당의 읍소에도 한 번 등을 돌린 민심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승리 이후 햇수로 5년만인 20대 총선에서 야권은 실로 오랜만에 승리했다. 분열의 후유증도 있었지만 새누리당의 과반을 저지하고 오랜만에 환호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4년 만에 참패했다. 총선으로만 치면 8년 만이다. 패인은 역시 지난 19대 총선에서 야권이 보여줬던 교만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진영만 바뀐 19대 총선 모습 그대로였다.
여당의 패배는 박근혜정권 말기라는 점에서 다른 어느 시기보다 엄혹하다. 당권이 재편되는 혼란 가운데 레임덕도 막아야 할 상황이라서 더 그렇다.
민심은 항상 정치권에 위대하고 절묘한 지점을 찾아 준다. 국민이 정해 준 20대 총선의 묘수는 '여소야대'였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앞으로가 중요하다. 이후의 민심을 또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여야의 운명은 다음에 치러질 선거에서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